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레옹 Jul 06. 2023

영어 울렁증, 어떻게 극복할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벙어리 된 썰

회사에서 2주에 한번 정도 영어로 하는 미팅이 있다. 다른 나라 동료들과 하는 줌 미팅이라 모든 소통은 영어로 진행된다. 오늘도 그 미팅이 있었는데 내년 프로젝트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필요한 질의응답을 하는 회의였다.


내용을 쭉 듣고 보니 내가 일하는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의 전략이 빠져 있었다. 어떤 핵심 메시지로 스토리를 풀 건지, 어떤 후킹포인트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오늘 발표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없었어. 어떤 키 메시지로 내러티브를 풀 건지, 타깃 하는 미디어가 있는지 등이 궁금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변하기를 몇 차례 하니 이미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에이.. 영어는 너무 자신이 없다.. 그냥 이걸로 마무리하지 뭐..’


라고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기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접어버렸다. 회의를 마무리하는 다른 나라 높은 레벨의 매니저가 이것저것 앞으로 할 일을 몇 가지 포인트 정리하더니 마지막에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없다고 이 부분을 보완하라고 했다.


‘아 저거 내가 말하려고 했던 건데. 말할걸..’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Bye~~”을 외치고 줌미팅을 나왔는데 영어에 대한 자신감 없음으로 인해 내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메모장을 열어 이렇게 썼다.

영어를 그렇게 지나치게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항상 외국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 눈치가 보이고 주눅이 들었다. 나는 나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나는 왜 영어 말하기의 쫄보인가?


첫째, 다른 동료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쪽팔린다

일단 대부분의 해외 사무소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 영어가 뜻은 통할지라도 유창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둘째,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회의 때뿐이다

평소에 영어로 이야기할만한 기회나 환경을 스스로 만들지 않기에 내가 살면서 영어를 해야 할 때는 오직 미팅 때뿐이다. 자연스러운 일상회화도 전혀 안 하는데,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업무 미팅에서만 영어를 하니 더욱 자신감이 하락하고 입에 지퍼를 달게 된다. 영어로 된 문서나 기사는 많이 보기에 읽기는 잘 되는 반면, 영어 말하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경직되고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셋째, 정확히 못 알아들으니 정확히 말도 안 나온다

영어 말하기는 영어 듣기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말만 잘한다고 될 게 아니라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일단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질문도 하고 피드백도 하고 리액션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영어 말하기처럼 영어 듣기 역시 일상생활에서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회의에서 아무리 긴장하고 귀를 쫑긋해도 100% 알아듣지 못한다. 잘 못 알아듣는 부분이 많을수록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 역시 비례하여 커진다.



이렇게 문제점을 분석하고 나니 해결책이 바로 눈에 보였다.


영어 울렁증 없애기 해결책

첫째, 일단 틈틈이 영어를 들어서 귀를 뚫자

들으면서 표현도 익혀보고 어떻게 고급지게 혹은 깔끔하게 자신의 의사를 영어로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교과서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내 수준에 맞는 영어 회화나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시간이 매일 필요하다.


둘째, 입을 벌려 영어를 내뱉는 연습을 하자

아무리 좋은 생각도 머리에만 맴돌고 말로 내뱉지 못한다면 그 누구가 알아주랴. 작은 표현부터 입으로 떠들어보는 연습을 하고 중요하거나 자주 쓰는 표현은 그냥 입에 붙도록 외워버려야겠다. 그래야 망설임 없이 외운 문장을 자신감 있게 내뱉을 수 있을 거다. (일단 외운 문장은 문법적 오류가 없으므로 자신감 업!) 파트너가 있다면 가장 베스트이지만 외국인 친구가 없어도 거울보고 영상으로 찍어가면서 연습하면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셋째, 쪽팔림은 묻어두고 자신감으로 무장하기

특히 나는 심리적으로 내가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 못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시작부터 지는 게임이다. 이제는 좀 더 대범하고 과감하게, 영어? 그까짓 거 내가 정복해 줄게!라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비록 내가 죽을 때까지 영어를 ‘정복’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이 나를 영어로 잘 떠드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언어에는 과정이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금 좀 유치원생 같은 영어를 한다고 쪽팔려하지 말자.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나도 언젠가는 중고등학생쯤 되는 영어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의 경험은 내게 영어를 꼭 씹어먹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워줬다. 언제까지 영어 때문에 누가 말 시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살아야 하나.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선택했다. 이제 남은 건 엉덩이 싸움 그리고 꾸준한 실천뿐이다!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는 아프고 엄마는 바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