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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Aug 02. 2023

임산부의 물놀이

초기라고 가만히 있기 없기?

4주 1일에 자각한 나의 둘째 임신이 어느덧 8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산부인과 원장님 휴가와 겹쳐 아직 아기집 확인 이후로 병원을 못 갔다. (첫 임신이었다면 다른 산부인과라도 찾아갔을 것 같긴 한데, 둘째는 매사에 좀 느긋해진다ㅋ)


잘 크고 있겠지 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무더위는 피하기 어려웠다. 지난주 금요일엔 가족과 오후 4시쯤 워터파크를 찾았다. 늦게 입장하니 입장료도 할인되고 그나마 땡볕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구명조끼를 입고 신나게 물장구를 치니 어찌나 좋던지. 남편과 나, 아이 모두 다 물을 좋아해서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정말 신나게 놀았다.


토요일엔 가족들과 다 같이 전라남도로 향했다. 원래는 목포로 가서 맛있는 걸 먹고 할머니가 계신 강진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목포에서 밥을 먹고 나니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계획에 없던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 가보기로 했다.


해수욕장에 도착한 때는 오후 3시 반쯤. 물놀이 계획이 없었던지라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다. 해수욕장 앞 편의점에서 파는 반바지를 사서 갈아입고는 튜브를 빌려 바다로 뛰어들어 갔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신나게 파도와 싸웠다. 첨벙첨벙 시원한 물에 이틀째 들어가니 정말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세 시간가량을 놀고 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다. 물에 나오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내일도 또 오자고 설득해 물놀이를 끝낼 수 있었다. 해수욕장에 있는 샤워장에서 씻고 할머니댁으로 갔다. 이미 연세가 아흔일곱 살이 되어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었다. 다들 피곤한지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약속한 데로 우리는 다시 완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찾았다. 오전 10시였지만 이미 태양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물에 들어가니 어제보다 더 깨끗하고 시원한 기분이다. 삼일 연속으로 물놀이를 하다니! 이번 휴가는 정말 만족스럽다. 편의점에서 산 썬텐 오일도 발라가면서 나름의 여유를 즐겼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물아일체가 되었다.


사실 물에 둥둥 떠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임신 초기라 컨디션이 안 좋았다면 제대로 놀기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5주 차부터 속도 편해지고 입덧도 거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고맙다 아가야)


뱃속에서 열심히 크고 있는 아이도 물놀이가 즐거웠을까?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흐른다고 하니, 내 즐거운 기분이 분명히 전달되었을 것 같다.


흔히들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내 유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엄마가 조심한다고 유산될 아이가 유산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운동을 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아이에게 산소 공급을 활발히 해주어 운동이 가장 좋은 태교라는 말도 있다. 한 유명한 산부인과 교수는 ‘안정 취하는 것’ 빼고 다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믿기로 했다. 아이는 건강히 잘 크고 있을 것이라고, 내가 건강과 체력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아이도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내게 와줄 거라고.


혹시라도 물놀이가 두려운 임산부가 있다면, Why not? 물놀이가 뭐 어때서? 정신으로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물놀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었건 일단은 외쳐보는 거다.


Why not??? 임산부인 게 뭐가 어때서?

임산부가 뭐 어때서? (일요일 사진)
물놀이 또 갈거야!!! (토요일 사진)
해 넘어갈 때까지 놀거야!! (금요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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