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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치 Dec 30. 2020

my 2020 reflections

2020년, 올 한 해를 회고하며


2020년 되돌아보기


2019년 마지막 날, 나는 다음 해를 가리켜 “힙한 숫자의 해 이공이공”이라고 SNS에 적었더랬다. 하지만 전혀 힙하지 않았고 ^^(부정적인 의미로 힙했다) 올해처럼 개인적으로나 직업으로나 다양한 변화가 있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격동적이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올해. 지난 365일을 회고해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남겨본다. (커버 이미지는 by zero take on Unsplash)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어졌고,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개인 청결에 신경 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근무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건강에 더더욱 신경 쓰기 위해 내 신체 데이터를 체크하는 포터블 디바이스, 대면 면접을 피하기 위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 전보다 더욱 활성화된 온라인 및 비대면 거래가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이전에도 존재하던 기술이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인지하고 일반화되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빠르게 정착되었다고 느낀다. 

아직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려면 한참이나 남았고, 변종 바이러스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이 힘든 시기를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하는 무력감도 들지만 나의 가족, 친구, 주변 지인들이 무사히 건강하게 잘 있어주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하며 잃고 얻은 것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실패와 성공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올해는 유독 일에서 실패와 회복, 좌절과 희망을 번갈아가며 느꼈던 한 해였다.


우선 작년에 이직하여 다니던 근무지가 코로나로 인해(반복되는 코로나 이야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직 후 1년도 안되어 근무 환경이 흔들리니 어렵게 잡은 자리를 다시 떠나야 한다는 점이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디자이너 충원이 안되어 1인 디자이너로 회사의 모든 디자인을 도맡아야 했던 것 역시.

디자인 관련 특수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었지만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고, 가뜩이나 코로나로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에 몇 달 간격으로 계속해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며 기회를 찾아야 했다. 

이러한 것은 나 혼자 노력한다고 일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 막막하게 느껴졌다. 

특히 “We regret to inform you...”로 시작하는 탈락 메일들은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외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들도 있었다. 

좌절했을 때 오히려 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극복해보려고 했다. 특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공원을 한 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걸으며 주변 자연을 둘러보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지금은 전 직장이 된) 회사에서 너무 짧은 기간 근무를 했고, 실질적인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힘들었던 단점도 있었지만 웹 기반에서 네이티브 앱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었던 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견문도 넓히고 업계에 대한 새로운 소식도 빠르게 접하여 앞으로 어떻게 나를 포지셔닝해야 할지 청사진을 그려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여름, 사이드 프로젝트로 앱 서비스 하나를 컨셉부터 기획, UX, 프로토타이핑까지 만들어보면서 새로운 툴을 익히고(스케치, XD에서 피그마로 넘어간 결정적 계기), 서비스 기획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한 것이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개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 경험이 이직 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얻었고, 이때 얻은 생각을 학업계획서에 얹어서 대학원 진학 시에도 사용했으니, 잃은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았다고 하고 싶다. 



전화 영어

작년 봄부터 여의도 파고다 학원에서 일주일에 2,3일씩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었다.

내 레벨이 너무 초급이라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듣다가 코로나(또 다시 코비드 이야기 8ㅅ8)로 대면 수업이 부담스러워 전화 영어로 바꿔서 하고 있다. 전화 영어가 화상보다도 더 부담스러운 것은 아마도 귀와 입에만 의존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딱 20분간 집중해서 듣다보니 이것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초급은 맞다 ☺️ 하지만 계속해서 영어에 노출되다 보니 문법은 좀 엉망이더라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생각한 것을 표현하려 노력하게 되었다. 

마침 이직한 회사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꾸준히 해온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고, 앞으로도 가능한 수업 빼먹는 일 없이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책 읽기

코로나(...)로 친목, 여행 약속이 줄어들었다. 늘어난 여가 시간에 뭘 할까, 달고나 커피라도 만들까 하다 틈틈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고등학생 때 이후로 가장 많이 책을 읽은 해가 올해인 것 같다. 

일과 관련된 도서도 있었지만, 리디 페이퍼에 보유하고 있는 문예출판사와 열린책들 세계문학 컬렉션 덕분에 고전문학도 많이 읽었다. 인상 깊게 읽은 책 몇 권만 아래 적어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책표지

kmook로 인지심리학 인강을 보다가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신경학 의사인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례를 읽어볼 수 있었다. 시력이나 기억, 언어를 잃어버리거나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만회라도 하는 듯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약물로 질환을 제어하여 평범해 보이는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열정적으로 즐기던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사례를 보면서 과연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 애정과 인내를 가지고 세심하게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도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말이야’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저)

두 도시 이야기 책 표지

사실 올해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많이 읽어서, 크리스마스 캐롤, 위대한 유산, 두 도시 이야기 중 하나만 고르기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고른 이유는 격동의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의 혼란 속에서 드라마틱한 인물 간의 관계와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가지고 태어난 것, 정체성을 전복시키는 혁명의 홍수 속 런던과 파리. 하지만 주인공들은 이러한 시련속에서도 저마다 자신이 가진 선을 추구하며 행동하고, 그 행동의 근원은 사랑이라는 최고의 가치가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저)

드라큘라 책 표지

캐릭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작가나 원작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1,2권 모두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난 소설이었다. 


드라큘라는 독특하게 작가가 드러나지 않고 모두 편지, 비망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미스터리 한 사건을 겪은 이들의 경험이 리얼하고 진실은 천천히, 조각을 맞추어나가듯 밝혀진다. 


또한 유명한 영화나 게임에서처럼 반헬싱 박사와 드라큘라 백작(선과 악)의 대립과 싸움을 다루지만, 소설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예리한 추리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버릴 각오를 하고 위험에 뛰어드는 또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정신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요소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흡혈귀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과 겹쳐지기도 하여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이제 2021년 새회 계획을 세워야 할 때.


2020년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모두가 힘들게 버텨야 했던 안타까운 해였다. 

이 와중에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고 별일 없이 지내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건강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난 후 경험이 되고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한 해였다. 물론 회복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고, 기왕이면 빠른 길로 갈 수 있음 더 좋지만.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게,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만족한다, 고 나의 2020년을 정리하고 싶다.


24시간 이후면 2021년이 시작된다. 

힙한 숫자의 해는 이제 이미 지나갔으니,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해를 보내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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