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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미 Sep 15. 2022

엄마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안녕, 채훈아.

덥고 요란했던 여름이 가고 어느새 이제 제법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엄마는 너희들을 재우고 부엌의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어. 1년 넘게 글을 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글을 쓰는 기분이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설레기도 해.


며칠 전에 아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네 사진과 영상들을 보았어. 갓난아기 때 사진, 해맑게 웃는 얼굴, 아장아장 걷는 영상, 혀짧은 발음으로 귀엽게 말하는 모습 등등 소중한 순간들이 다 담겨 있더라. 행복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 채훈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빨리 커서 엄마 아빠 품을 떠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어서 갑자기 쓸쓸해지도 했고. 우리가 자주 쓰는 '시간이 빠르다'는 표현이 정말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어.


엄마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 아이의 예쁜 순간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글로 남겨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우리 가족이 어떤 경험을 했고, 네가 어떤 말을 했고, 엄마는 이런 감정이었다는 걸 글로 적어놓는다면 소중한 추억들이 시간에 묻혀 잊혀지지 않고 그 글을 읽을 때마다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엄마는 이제 너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바구니에 소중하게 주워담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려고 해. 사람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정말 그런 것 같아. 엄마도 살면서 위기가 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어릴 때 겪었던 소소한 추억들이 보이지 않는 단단한 힘이 되어줄 때가 있거든. 너도 나중에 언젠가 이 글을 읽을 때, 글에 담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잔잔한 위로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엄마는 뿌듯할 거야.


아빠의 인스타그램에는 '채훈아, 윤재야, 아빠랑 함께 가보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엄마는 이 말이 참 마음에 들더라.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매일 반복되는 하루들 속에서, 우리 '함께' 즐겁게 살아보자. 엄마가 너와 언제나 함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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