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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덕 Aug 17. 2019

아직도 새우깡과 떡볶이는 맛있다

조금씩 결실이 보이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고, 군대, 워킹홀리데이와 교환학생 등 타지 생활의 연속이었다. 성인이 되고 자취를 하면서 아주 잠시 집 밖의 생활일 거라 생각했지만 10년 되는 시간을 밖에서 생활한 것 같다.

대부분 자취를 하게 되면 생활비가 넉넉하지 못하고 집에서 등교하면 교통비와 용돈 정도만 들 텐데 자취를 하게 되면 식비, 관리비와 기타 생활에 필요한 지출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외국을 돌아 2학년으로 복학했는데 전액 장학금은 아니더래도 부분 장학금이라도 받자는 심정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했었다. 이때 부모님께 일주일 용돈으로 받는 금액은 5~7만 원 사이였다. 부모님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더 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고, 최대한 이 안에서 사용하기로 노력했었다.

부모님께만 의지 하지 말고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물음에 난 이렇게 답했었다.

"난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없고,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공부할 시간이에요. 지금 시간을 갈아 넣지 않으면 향후 기다릴 미래는 더 암울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이런 답에 수긍을 하였다. 만약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부터 일체 비용이 상쇄가 될 수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받는 돈으로는 학원비 내기도 팍팍한 게 현실이었다.

이때 내 나이가 25세였는데 돈이 없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배가 고프고 먹고 싶었던 것도 많았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슬슬 가방을 메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30분을 걸어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운동도 하고 할인도 받기 위해 최대한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졸업할 때까지 이렇게 장을 보러 다녔었다.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에 과자, 빵, 음료수, 각종 냉동식품 등 겉포장만 봐도 군침도는 것들이 많았었는데 가격을 보면 부자들만 먹나 싶을 정도로 상당했었다. 그런데 새우깡은 유독 다른 과자에 비해 저렴했다. 400원에 한 봉지여서 5~6 봉지씩 매주 구매했었다. 이 새우깡은 나를 위한 선물이자 최고로 비싼 간식이었다.

하루에 가장 간식이 당길 때 새우깡을 뜯곤 했는데 뜯을 때 새어 나오는 새우깡의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새우깡 하나하나 없어지는 게 너무 아쉽고, 화수분처럼 계속 뿜어져 나오면 안 되나 하는 허황된 생각도 했었다.


떡볶이는 토요일에 한 번 대학교 인근에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쪽 분식집이 굉장히 맛있었다. 1,500원에 한 접시 가득 담아주셨는데 최고의 맛이었다. 떡볶이는 나에겐 넉넉하지 않아도 외식을 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요즘에도 비가 오거나 출출하고, 날이 추워지면 떡볶이와 어묵 국물이 많이 생각나 분식점으로 향한다.


새우깡과 떡볶이를 먹어가며 고생했던 날들이 오늘 뿌듯하게 느껴졌는데 네 살인 우리 아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우리 집 욕조가 엄청 커요, 아빠랑도 같이 들어와서 씻을 수 있어요, 너무 좋아요 아빠" 2주 전까지 살았던 투룸에는 욕조가 없어 아기욕조를 임시로 쓰고 있었는데 아이가 커지면서 임시 욕조가 작아져 불편해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욕조에서 움직이고 더욱이 아빠랑도 같이 씻고 놀 수 있으니 너무나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아들은 40개월인데 전에 살던 곳과 현재 집을 구분하고 욕조가 더 커지고, 어떤 것이 변했는지 모를 거라 생각했지만 아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우와', '우와' 이러는데 뭉클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와이프에게 아이가 5살이 되기 전엔 어떻게든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는데 가난이라는 것을 대물림하고 싶지도 않고, 그 느낌조차도 전달해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오늘은 지난날 인간의 본능과 싸워가며 참아온 날이 뿌듯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조금 더 참고, 노력했으면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변화해 나갈 것이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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