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지난 주말
15년 3월에 계약했던 지역 주택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니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한 번에 몰려들었다. 정들었던 현재 집을 떠나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지난 토요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1톤 트럭만 빌려 이사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질구레한 소품들이 많아서 일에 진전은 없었고, 힘은 힘대로 들었다. 결국 이삿짐 센터에 전화하여 일요일에 포장까지 도움 주시기로 했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고 일에 속도와 정확도가 남달랐고, 하루 종일 해도 막막했던 짐들은 3시간도 안돼서 아파트 진열장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당연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정리를 하다 보니 빠진 물건이 있었고, 이전 집에 놓고 온 것 같아 다시 방문하였다. 방문한 시간도 절묘했는지 창문 바깥으로 노을이 이쁘게 지고 있었다. 살림이 빠진 집을 둘러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가장 힘들었던 지난 1월 겨울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방에서 뇌종양 판정받고, 서울 대형병원 두 군데 검사를 진행하면서 추적검사를 하였다. 지난 7월 중순에 최종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뇌종양은 아니라고 전달받았다. 하지만 후두엽 쪽 동맥이 너무 비대해져 60대 보다도 혈관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씀하셨고, 기절을 하거나 중심을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다고 말하셨다. 두꺼워진 혈관이 일반 MRI나 PET 검사에서 뇌종양처럼 보인듯했다. 향후 수술할 시 후유증에 대해선 계속 대답을 피하셔서 정확하게 인지를 못했지만 당장 죽음에 대한 부담감에서는 해방이 되었고, 내 가족들을 더 지켜줄 수 있다는 마음에 너무 행복했다. 계속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브런치 글을 연재한 가장 큰 이유가 아들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남겨줄 수 없다는 슬픔에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남겨주고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시한부들이 죽기 전까지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지 못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최대한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내가,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마케팅을 공부하고, 쇼핑몰에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해당 분야에 정통한 분들과 만나 협의하고, 상품화 단계에 이르고 있는데 육체는 피곤하지만 심적으로는 매우 단단해지는 나날들이다.
아직도 굉장히 미약하고 나약하지만 내년을 지나 5년을 넘어 정상을 밟고자 계속 노력을 할 것이다. 이 글은 나에 대한 약속이고, 포기하고 싶어 질 때마다 꺼내어 기억할 것이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amner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