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 지나친 고독함
가난이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 가난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성장하고 있다.
다소 우울하지만 요즘 떨쳐낼 수 없는 생각들을 여기에 적는다.
5년 전 결혼하기 전에 걱정이 엄청 많았었다. 당연 금전적 문제였지만 그때는 28살이었고, 사회생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희망이 있었다.
전쟁터 같은 사회를 잘 몰랐던지라 작은 희망을 갖고 살았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투베이로 시작한 신혼생활은 나에겐 당연한 걸 수도 있었겠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첫날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와이프의 울음소리는 현대문학 비극의 복선과도 같았다.
대학생활 자취를 했을 때 외풍이 심해 잠바를 입어도 너무 추워 잠을 못 자던 나에겐 이 집이 괜찮다고 느꼈지만 평생 넉넉히 자라온 와이프에겐 끔찍한 기억이 되었다.
추운 겨울은 나와는 맞지 않는 거 같다. 16년 새해 첫날부터 발생한 집주인과의 마찰은 배를 부여잡고 이유를 묻는 와이프에겐 죄책감,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집주인과의 마찰은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도어록이 고장이 났는데 연휴라 수리가 되지 않으니 귀중품을 소지하여 문을 열어두고 다니라는 명령이었다.
그 작은 집에 세입자로 산 형벌로 생각한다.
사람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난다.
돈에 대한 강한 열망이 생겨 연봉을 더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직을 하였고, 당연 탈이 나기 시작했다.
나와 맞지 않는 적성은 항상 두통에 시달렸으며 우울감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직과 동시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내 아이를 보니 마음은 더 급해졌다.
중압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전쟁터 같은 회사생활, 짧은 시간에 변한 생활환경과 사회가 이미 정해버린 가장이란 존재.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타인의 위로는 수많은 가장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다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호전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지방대학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겼지만 차도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 어머니가 예전 나와 같은 증세가 있었다고 하여 조언을 들었는데 시간이 있으면 뇌 MRI 검사를 권유하였다. 자기는 실핏줄이 막혀 있었어 눈에 영향이 있었다고.
12월 말 한 겨울, 나와는 거리가 먼 계절이다.
검사 후, 의사가 말했다. "큰 병원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뇌종양 의심이 된다는 말에 나의 첫 질문은 이랬다. "수술비용이 많이 듭니까?".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말 비참했다. 뇌종양이라는 말에 처음 드는 생각이 돈이라니,,,
돈이라는 게 참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서울 대형병원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짧아야 석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빨리 정밀검사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을 찾아 추가 검사를 받았고, 악성으론 보이진 않아 추적검사 진행으로 1차 마무리하였다.
예전 암환자들이 눈치 보면서 회사 다닌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그들은 왜 저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생각했지만 현재 나도 그들과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도자기가 깨져있듯 정신은 산산이 부서져있다. 하지만 몸 부여잡고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을 생각하여 다시 깨진 도자기를 하나씩 붙인다. 내일 아침 다시 부서져 있을지라도.
표현은 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내려놓고 싶다.
지난 수요일 서울 대형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교수님께선 당장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수술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지, 상담받고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도 가다듬고, 옷도 다시 정리했다.
겉모습에서라도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정밀검사 진행하는 날이다. 어떤 생각이 날 더 자유롭게 해 줄지 모르겠다.
현재 나는 제목처럼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형벌인 가난과 싸우고 있다.
소자본으로 회사원이 부업할 수 있는 쇼핑몰을 시작했는데 판매는 정말 미비하다.
하지만 부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특히나 포기라는 말을 버렸다.
내일 아침 난 다시 멘탈은 부서져 있을 것이다. 근데 천천히 하나하나 붙일 것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내 생각을 전달한다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전에는 나 혼자 생각하고 힘들었다면 지금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동감해주고, 조금이나마 공감해준다는 사실이 있어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시작한 지 2달이 되었다.
당연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특히 마케팅은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다.
브런치도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에 서로 향상될 수 있다면 좋은 정보 공유하여 서로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제 이야기 들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