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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실격 May 12. 2023

버튜버 회사, 홀로라이브의 경영철학

한국 버튜버와 오타쿠 산업의 상승

 

 한국은 오타쿠 시장의 불모다.

 당장 오타쿠를 두고 속칭 ‘씹덕’이라 부른 상황만 봐도, 한국 내에 오타쿠 이미지는 사회부적응자 그 자체인데. 이런 인식은 정말 새발의 피다.

 당장 예시로 들자면, 범죄자는 욕하지만 오타쿠는 조롱당한다. 나는 욕먹는 집단보다 조롱당하는 집단이 진짜 사회적 약자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집단이 욕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으로 존재할 때는 강자란 뜻이다. 반면 집단이 조롱하는 대상은 개인으로 만나도 조롱하거나 무시 당하는 존재란 뜻이다.

 

  여성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는 있지만 오타쿠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간 ‘씹덕’조롱 밖에 못 듣는다. 그 만큼 한국에서 오타쿠 시장은 마이너를 감수하는 시장이다.

 그럼에도 한국 버튜버가 20만 구독자까지 오른 이유는 ‘우왁굳’이라는 메이저 스트리머의 이미지 파워 컸다. 사실상 이게 대부분이라 봐도 좋다.  


 Q: 이 이상 더 커질 수 있을까?


 버튜버 시장이 커지는 순간은 한국 정서와 문화의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 만큼 한국 정서는 오타쿠와 대치되며 전에까지 그래왔다.

 당장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입김이 강한 분야는 드라마, 영화, 노래, 댄스. 이렇게 추릴 수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로 한국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컨텐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이저 컨텐츠. 즉, 양지의 문화다. 이 컨텐츠는 세계 어디서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컨텐츠다. 영화나 노래가 좋다는 말에 “어휴, 너 좀 문제 있는 애구나?” 라고 말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를 좋아한다면 문제 있는 취급을 당할 확률이 높다.(소설 역시 100년 전만 해도 가난하고 게으른 이들이 보는 이미지였다)

 이 중에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야는 게임뿐이다. 문제는 그것도 10년 전 이야기지, 현재 한국 게임은 외국에서 사이버 카지노 취급을 받고 있다.

 그 만큼 한국은 마이너 컨텐츠에 약하고 메이저 컨텐츠에 강세를 보였다. 그런 시장에서 버튜버의 성공은 확실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대중의 호불호를 떠나 오타쿠 컨텐츠가 이 정도 입지를 가질 수 있단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면 실패만 해온 한국 오타쿠 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찾아보면 당연히 기존 방식과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지 않고 바로 일본 쪽 시스템을 찾아봤다.

 한국 버튜버가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이는 홀로라이브 시스템에 관해 조사했다.     

 현재 세계 슈퍼챗 순위 20위 중 12 명이 홀로라이브 소속 아이돌이다. 그 외에 멤버들 역시 슈퍼챗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는 이유는 커버 주식회사 사장인 타니고 모토아키의 확고한 경영철학에서 기인했다 확신한다. 나는 오타쿠 산업에 있어 이 정도 열정을 보인 회사를 초기 블리자드 외에 본 적이 없다.

 타니고 모토야키, 통칭 ‘야고’는 버튜버가 어디서 어떻게 인기가 생기는지 마치 심리학자처럼 훤히 깨고 있다. 그것은 야고가 생각이 깊은 오타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영철학이다.

 순서대로 그의 방식을 차근 차근 씹어보자.


 1, 버튜버의 2D 캐릭터는 간판이지 가치가 없다.

 우리가 삼성 로고 때문에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것인가? 물론, 벤츠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

 픽시브에 굴러다니는 그림 쪼가리가 움직인다고 오타쿠가 마음을 열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안일한 생각이다. 이런 발상은 소설을 읽지 않고 소설을 쓰는 인간이나 다름없다.

 버츄얼 유튜버하면 떠오르는 2D캐릭터는 상징성에 불과하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야고는 이 그림 쪼가리가 어떻게 생명력을 가지는지 알고 있다. 

    

 2. 그림 쪼가리는 스토리로 생명력을 가진다.


 의도한 것인지 미지수지만 홀로라이브 아이돌은 불행한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홀로라이브 입사 조건이 불우이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가 처참한 인물이 포진되어 있다.

 집에 불이 난 사람도 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목소리에 왕따를 당하고, 트라우마 탓에 학창시절 운동회를 전부 빠진다던가, 성우를 준비하던 중 재능에 막히거나, 아이돌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져 방황의 시기를 거치거나, 부모 없이 자라거나, 고아원에 보내질 뻔하거나,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히키코모리나, 홀로라이브 면접에 떨어지면 자살을 결심했다는 사람도 있다. 

 야고(홀로라이브 사장님)가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찬가 스토리를 좋아하는 오타쿠일 수도 있지만, 시련 그 자체가 인간을 강하고 겸손하게 만들어준단 사실은 빅토르 위고나 대다수 철학자가 인정했다. 순에 보이는 자격증과 실력에만 눈을 돌리면 보이지 않는 것에 야고는 집중한 게 아닐까? 야고는 그 체크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냈다.

 바로 ‘노력’이다.     

 홀로라이브에 입사한 사람들의 인생 그래프를 보면, 불행하지만 다들 노력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조부모에게 자라고, 왕따를 당하고, 방송을 하고, 인기가 없으면 자리를 옮기고, 성우 준비도 하고, 자기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어영부영 살아가지만, 그 자리에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인생 기록은 그럴듯한 수식어나 형용사 하나 없이도 문장 한 줄 한 줄이 불덩이가 되어 대양을 헤쳐 나가는 서사시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듯 했다. 

간간히 듣는 인생을 담담히 말하는 모습과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프로 정신에 오타쿠는 이입한다. 그들이 노력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깊어지고 두껍고 입체적인 형태를 지닌다. 아까 말했던 그 종이쪼가리가 두꺼워지는 것이다.     

 이 입체감을 형성하는 핵심은 ‘노력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중요한 것은 노력해본 사람이란 점이다. 실패해도 상관없고, 성공해도 상관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본 사람은 아닌 사람과 마인드부터 행동력까지 다르다. 홀로라이브 멤버 중, 히키코모로리로 유명한 어떤 버튜버는 컨텐츠 우수성을 순위로 매길 때, 거의 상위권을 점거하고 있다. 성격과 행동력은 다르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노력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오타쿠는 ‘노력’에 열광한다.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할 자리를 받지 못했던 상처 받은 자화상을 아이돌에게 찾는다. 그것은 오타쿠뿐만이 아닌, 현대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다.

 그들의 실패가 자신의 모습으로, 성공하는 모습은 희망으로 이어진다. 픽시브에 나뒹구는 그림 판때기에 영혼이 생기는 순간이다. 오타쿠를 패배자 칭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패배자였던 시기가 있기 때문에 패배자에서 아이돌이 된다는 스토리에 힘이 실리고 소비자는 그 스토리에 열광하며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홀로라이브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서 현재는 일본 상장 기업까지 올라왔음에도 홀로라이브 사장인 야고는 하루에 3번씩 면접을 보고 있다. 자신의 직원은 반드시 자기가 봐야 한다는 신조가 강하게 느껴진다. 야고의 뛰어난 통찰력이 훌륭한 인물을 선별하고, 그들의 매력을 뽐낼 자리를 마련한 덕에 슈퍼챗 상위권에 홀로라이브 아이돌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3. 숲은 보는 경영철학

 2020년 1월 10일부터 2023년 5월 8일까지 모두 합친 세계 슈퍼챗 1위, 2위는 모두 홀로라이브 아이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없다.

 한 사람은 불의를 일으켜 해고당하고 한 사람은 자기 발로 나왔지만 정황상 멤버에게 피해를 끼쳤단 죄책감에 회사를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자의로 일으킨 사고는 아니다)

 홀로라이브는 수익이 높아도 불의를 일으켜 아이돌 환상을 깨부수는 멤버가 있다면 즉각 해고한다.

 그 철저한 경영철학은 권위를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부여받는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회사의 신뢰를 우선시 하는 방식은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언젠가 잊히겠지.......”

 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는 것만으로, 홀로라이브를 단순한 아이돌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철저한 경영철학을 가진 명품으로 재탄생한다.     

 나는 아이돌 댄스에 관심이 없다. 버튜버보다 훨씬 춤을 잘 추는 댄서들이 나와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홀로라이브를 좋아하지만 댄스나 노래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평소 바보 같고 웃음을 주던 그녀들이 빛나는 모습을 보면, 평소에 장난만 치던 친구가 운동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일 때와 같은 반전매력을 느낀다.

 TV에 나오는 완벽한 연예인들보다 가까워 보이던 버츄얼 유투버들이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안에 벅차오르는 울림을 선사해줬다.

 야고는 5년 뒤에 버츄얼 유투버가 당연시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했다. 그가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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