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신은 결코 쉬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죽음의 신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육신을 남겨둔채 하늘로 떠나야 한다.
영혼 없는 육신은 곧 재가 되어 없어질 것이고,
유일하게 남은 것은 사라진 사람에 대한 가족들의 기억 뿐일 것이다.
그 기억마저도, 가족들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동안,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어느 순간, 사라진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마저 없어질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수없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나는 하늘로 떠나신 부모님을 생각한다.
부모님의 육신은 재가 되어 수목장에 묻혀계시지만,
두 분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계신다.
엄마가 늘 운동하곤 했던 근처 산의 테니스장. 수없이 같이 걸었던 아파트 오솔길.
정상까지 같이 올라가서 소망탑에서 소원을 빌곤 했던 우면산까지...
내 기억속에 엄마는 여전히 활발하고 기운이 넘치신다.
잘 웃고 잘 드시고, 잘 주무신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죽고, 내 아들로 다음 세대가 이어지면,
그때는 우리 엄마와 아빠에 대해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슬퍼할 것이 아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영원하지 않기에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인생은 생각해보면 너무나 짧다.
언젠가 어릴 때부터 나는 왜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것인지 두렵고 무서웠었다.
영원한 삶을 꿈꾼 진시황의 마음이 이해가 갔었고,
내가 늙을 무렵에는 과학자들이 생명 연장의 비밀을 파헤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한편으론 생각한다.
영원한 것은 가치가 없다.
우리네 인생 역시 만약 영원했다면,
하루하루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채, 무료하게 지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한한 것은 유한하기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유한하기에 귀하고, 의미가 있다.
우리네 삶도 언젠가 끝날 것이 분명하기에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나 의미있고 소중하다.
늙으면 좀 어떠랴?
여전히 마음 속 청춘에 따라 충분히 젊게 살 수 있다.
죽으면 좀 어떠랴?
오랫동안 깊은 잠에 들어갈 뿐이다.
언젠가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으면 좀어떠랴?
다들 언젠가는 그렇게 잊혀지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뿐인 유한한 인생을 좀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살아야겠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그만큼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