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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힐데 Jun 05. 2023

시험기간 공부가 유독 하기 싫은 이유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시간표 정해놓고 화장실도 못 가는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기계처럼 공부하는 수험생활은 나도 싫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빈 공간을 메워가며 조금씩 무지가 지식으로 채워져 가는 그 과정은 매우 즐겁다. 나는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것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동안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라는 내적 질문을 갖고 살아가던 시절, 몇몇 사람들은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 조언해주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을 즐길 수 있을 때, 진정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 말이 나로 하여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데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 같다.


등산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상에 올랐을 때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등산을 할 때 숨이 차고 더 이상은 못 갈 것 같고 다리가 부서질 것 같고 당장이라도 힘이 풀려버릴 것만 같은 그 순간이 즐기고 싶어서 등산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물론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니 ‘나는 그 과정이 좋아서 등산하는 거야. 정상 안 봐도 돼.’라고 말하는 사람은 논외로 하고, 구름 낀 날은 등산객이 적다. 경치를 볼 수 없으니까.


공부도 마찬가지다. 봐도 봐도 모르겠고 한만큼 결과도 나지 않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음에도 계속해서 책을 봐야 하는 그 순간들은 내게 ‘고통’ 그 자체다. 이들은 꼭 온몸이 터질 것만 같은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점점 차오르는 지방 때문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러다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때 내 삶에 스며들듯 들어오는 ‘깨달음’은 나를 다시 달리게 한다. 한 발 더 내딛으면 방금과 같은 고통이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바보가 되게 한다.


이토록 나를 다시금 걷게 만드는 것. 고통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보가 되게 하는 그 무언가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시험기간 공부가 유독 하기 싫은 이유는 아직 내가 ‘무지’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직 공부가 덜 되어서 결과가 나기 전이고, 지금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야말로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야 할 때’다.


고통의 유혹에 빠져,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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