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욱 Mar 28. 2023

고양이는 처음

다른 생명체와 함께한다는 것

  보검이가 날 바라보고 작은 입으로 말을 거는 모습을 본다.

  “야옹"

  이 울음소리는 간식 달라는 소리보단 안아주라는 소리이다아빠 다리를 하고 무릎을 치며 올라오라고 말한다고양이답게 사뿐 뛰어오른 보검이는 그르렁 소리를 내며 자기 몸을 내 다리에 맞춘다.

 

  보검이가 내게 온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강릉에 사는 친구가 길거리에서 어미랑 떨어진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한 후 분양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때 한참 인기의 중심이던 박보검의 이름을 따왔다. 얼굴도 잘생겨지고 돈도 많이 가져와 달란 의미였다. 요즘은 너무 잘 커서 통통해진 이 생명체를 보검이보단 보곰이로 부르고 있다. 내가 바로 고양이 확대범.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가 반달가슴곰을 닮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보검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등은 결국 사람과 마음을 나누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출근할 때 날 바라보는 작은 생명체의 어리둥절한 눈.

  퇴근할 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스크래치를 긁고 있는 보검이.

  잠잘 때 옆에서 새근거리는 소리.

  항상 옆에서 날 바라보고만 있는 고양이.

  사람을 좋아해서 잘 따르지만 꾹꾹이처럼 나에게만 허락하는 행위에서 이 작은 털 뭉치(작다고 말하기는 좀 민망하다)의 마음이 느껴진다.

 

  하나의 생명체와 함께 살고, 그 생명체를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보검이를 통해 배우고 있다. 책임이 주어졌기에 그 관계는 더욱 끈끈하다. 언제 끊어져도 상관없는 관계는 결코 끈끈해질 수 없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의미에 대해 더 폭넓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양이와 사람의 눈높이가 다르기에 앞에 보이는 시야가 달라서 생기는 많은 문제 상황, 원래 자기가 아픈 것에 대해 표현을 잘하지 않는 고양이가 그래도 함께 사는 집사에게 자신이 아픔을 보여주고 싶은 상황에서 보검이는 “야옹”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물론 혼자 착각해서 실수한 경우도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노력 덕에 보검이와 교감의 시간이 많아졌고, 내 무릎에서 자고 있는 털북숭이 생명체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고양이 집사들은 비슷하게 하는 말이 있다

  “고양이 말을 번역해주는 통역기가 필요하다.”

  워낙에 독특한 행동을 많이 하는 생명체이기에 그들의 생각을 유추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의 발로는 상대가 너무 소중하기에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저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 역시 몹시 기껍다.

 

  보검이 덕에 생겨난 상대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태도는 사람들 간의 사이에서의 내 모습에도 영향을 준다. 조금 더 상대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의 태도를 이해하려 한다. 그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봤을 때는 나의 실수도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보검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길 가다가 옷에 고양이 털을 잔뜩 붙이고 있는 사람을 보며 생각해 본다. 혹시 당신도? 

작가의 이전글 서핑은 처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