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까 봄마틴~
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맞이 위스키를 무엇을 해볼까 걱정하다 봄맞이! 봄마틴! 토마틴이란 말장난에 꽂혀 토마틴을 선택했다. 유치하지만 원래 술쟁이들은 어떻게든 술 마실 이유를 찾는 법이다.
토마틴에 대한 기억은 스코틀랜드 증류소 투어에서 부터 시작이었다. 원래 투어 계획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글래스고에서 더프타운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었기에 들려본 증류소이다.
들르는 김에 잠깐 정보를 검색해 보니, 달위니와 더불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3개의 증류소 중 하나이고, 과거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자랑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단일 증류소로서 가장 넓은 부지를 자랑한다고 한다.
역사
토마틴은 게일어로 '노간주 덩굴이 있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하일랜드 모날리아 산맥의 끝에 위치해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증류소에게 어울리는 이름 같다.
토마틴의 시초는 올드 레어드 하우스(Old Laird's House)에서 시작했다. 올드 레어드 하우스는 목동들이 장터를 가기 전에 잠시 쉬는 곳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쉼에는 알코올이 필요했던 것인지 이곳에서 목동들이 몰래 불법 증류기를 이용해 밀주를 만들어 병에 담아 가던 곳이라고 한다. 이후 공식적인 증류소로서 토마틴은 1897년에 설립되었다고는 하지만 1909년 리뉴얼을 한 시점이 실제 토마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많은 스코틀랜드 증류소들이 흥망성쇠를 겪었듯 토마틴 역시 굴곡 있는 역사와 함께했다. 2개이던 팟스틸 개수가 1956년 4개, 58년 11개, 74년 24개까지 추가되며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자랑했지만 1986년 청산절차를 밟는다. 이후 일본 타카라 슈조와 오크라&CO사가 인수하여 최초로 일본이 소유한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이후 타카라 슈조가 1997년 J&W하디를 인수하여 토마틴은 J&W 하디에 블랜딩 할 원액들을 납품한다. 현재는 6개의 워시 스틸, 6개의 스피릿 스틸, 12개의 스테인리스 워시백이 운영되고 있다.
토마틴이 사용된 블렌디드 위스키는 Antiquary, Talisman이 있고 싱글몰트 위스키로는 Tomatin, Cu Bocan이 있다. 특히 쿠보칸은 피트를 함유한 라인업이다.
코어 라인업은 Tomatin Legacy, Tomatin 12, Tomatin 14, Tomatin 18, Tomatin CS로 이루어져 있고, 물론 1st fill 올로로소 쉐리캐스크, 1st fill 페드로 히메네지 캐스크, 1st 버번캐스크 등 싱글캐스크 제품들도 존재한다.
방문기
딘스톤에서 한껏 즐거워졌던 스코틀랜드 증류소 투어의 시작이 벤네비스 증류소에서 살짝 가라앉았었다. 예전 독병들은 벤네비스 증류소 제품들 중 보물 같은 보틀들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지만, 이제는 일본 소유로 일본에 원액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있는 증류소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실제 시음했던 오피셜 제품들도 많이 실망이었다. 증류소 뒤에 보이는 벤네비스 산은 아주 멋있긴 했다.
그런 상황에서 3시간이 넘는 운전 끝에(내가 운전한 건 아니지만) 방문한 토마틴은 이런 찝찝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우선 규모는 기대했던 만큼 엄청났다. 정문에서 방문자 센터까지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상당한 거리였고, 그 중간중간에 직원들이 사는 작은 마을까지 있었다.
한참을 들어가 찾은 방문자 센터에 들어서 후덕해 보이는 직원분께 시음을 부탁했다. 운전자 한 명 제외 두 명이 시음할 거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술 두 잔을 가져다준다. 응?? 뭘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제공된 두 잔을 마시고 있자, 토마틴 12라는 제품이며 버번, 쉐리 캐스크를 섞은 제품으로 토마틴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다른 제품들을 시음해 보기 위해 토마틴의 HOGSHEAD BAR의 리스트를 확인해 봤다.
증류소 방문의 가장 큰 이유는 증류소에서만 파는 exclusive 제품을 구매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메뉴판에서 증류소 exclusive 제품인 올로로소, 페드로히메네즈 싱글캐스크 제품을 주문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두 제품 모두 퍼스트필 캐스크이고, 15년 숙성 제품이라고 한다.
평소 쉐리 숙성 제품에서 고무줄 냄새 뉘앙스를 느껴 즐기지 않는 편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주문한 두 제품이었다. 하지만 올로로소 숙성 제품을 마시는 순간 그동안 쉐리 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모두 사라졌다. 고무줄 냄새는 느껴지지 않고 약간 청량하다고 까지 느껴지는 상쾌한 맛의 베리 느낌이 감돌고 단맛과 약간의 시트러스까지, 난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페드로히메네즈 숙성 제품에서는 또다시 약간의 고무줄 뉘앙스를 느낀 것 보면 난 페드로히메네즈 숙성에서 그런 향을 잡는 것인가 생각해 봤다.
그렇게 시음을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계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 봄마틴, 아니 토마틴! 이제부터 넌 내 관심에 들어가는 증류소다! 이런 통 큰 증류소 같으니라고.
한국에 크게 인지도가 없는 증류소였지만, 이렇게 현지에서 찾아가서 느껴지는 그들의 마음과 신조를 통해 새롭게 애정하는 증류소가 생겨나는 것이 증류소 투어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토마틴의 제품들을 마셔보며 조금 더 애정을 쌓아가다, 언젠가 다시 한번 찾을 때는 서로 어느 정도 대화가 되어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 방문해 보고 싶은 증류소이다.
몇 가지 정보
의미: 노간주 덩굴이 있는 언덕
발효시간: 56시간
창고: 더니지 방식 2개, 랙 방식 12개
발효조: 12개의 스테인리스 워시백
코어 라인업: Tomatin Legacy, Tomatin 12, Tomatin 14, Tomatin 18, Tomatin 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