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와이프로 살아남기 2탄 <요리>와 이어지는 주제이다. 장보기!
쿠팡과 마켓컬리로 모든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에선 오프라인으로 장을 본다.
물론 미국에도 아마존 프레쉬 등의 식료품 배송이 있지만, 최소 구매 비용이 꽤 높아 자주 사용하진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거의 2~3일에 한 번꼴로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가는 것이 생활의 루틴이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트에 가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새로운 아이템들을 둘러보고 가끔 세일하는 물건을 득템 하는 기쁨도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정말 주변에 갈 수 있는 마트는 골고루 다 다녀 본 것 같다. 유튜브에 미국 마트 추천 상품을 열심히 보고 메모 했다가, 보물찾기 하듯 새로운 마트에 가서 추천템을 사 오는 재미도 있었다.
문제는 이마트 또는 홈플러스에 가면 한 번에 가능할 것들이, 미국에서는 최소 2개에서 3개 이상의 마트를 돌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휴지나 세제 같은 생활필수품이 떨어지면 코스트코를 간다. 우유, 계란, 시즈닝, 소스, 간단한 스낵류는 트레이더 조를 가고, 야채 및 과일이 필요할 땐 홀푸드를 간다. 그리고 한국 식재료가 필요할 땐 H마트를 간다.
마트의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 트레이더 조, 홀푸드, 코스트코, 샵 라이트, 알디, 웨그만스, 그 외에도 지역 마트들이 여럿 있다. 같은 제품인데 마트마다 가격이 다르기도 하고, 마트 내 판매 상품이 아예 다르기도 하다. 제품 선택의 폭은 또 얼마나 다양한 가. CJ, 오뚜기, 청정원 등 대기업 몇 개로 압축되는 우린 나라에 비해 브랜드의 가짓수도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비건인지, Kosher 인지, 유기농인지, 글루텐 프리인지 등 정말 수십 가지의 선택지가 놓여 있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던 식료품 쇼핑이 일 년 넘게 살다 보니 나름 요령도 생기고, 정착한 품목들도 생겼다. 처음엔 종류가 많아 고르기 힘들다고 툴툴 댔지만, 지금은 내가 딱 원하는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땐 이런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그냥 일괄적인 선택을 강요받은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은 최대한 마트를 덜 가려 노력한다. 난 계란만 사러 마트를 갔는데 어느새 쇼핑 카트가 한가득 담겨있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마트를 최대한 적게 가는 것이 생활비를 절약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