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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Oct 30. 2021

북촌 가을 산책

정기 구독하는 잡지에서 북촌 한옥을 둘러볼 수 있는 행사를 한다고 문자가 왔다. 정기구독자에게 서울 종로구 가회동 지우헌 외 북촌 한옥 일곱 곳을 개방한다고 한다. 날씨도 좋은 가을에 북촌 한옥 구경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신청하고 정해진 날짜에 길을 나섰다. 안국역에서 내려 스마트폰 지도가 알려 주는 길을 따라갔다. 길을 따라가다 꺾어서 들어서니 좁고 가파른 길이 나온다.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다. 한옥 구경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도 겸하고 있긴 했다. 그곳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받아 들고 일곱 곳의 한옥을 구경했다. 

차들이 다니기도 힘든 좁은 골목길. 이런 곳에 살면 차는 어디에 주차하나?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잠시 했다. 내가 가본 한옥들은 이음 플레이스를 제외하고는 아주 작은 한옥이었다. 조그만 마당에는 작은 오브제들 놓여있다. 작은 집에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아담하고 정겨운 방에 테이블 또는 소파까지. 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예뻤다.   

   


버릴 것을 버리고 가볍게 하고 싶다. 버리기만 잘해도 집 인테리어는 성공적일 것 같다. 필요를 잘 따져보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잘 버려야겠다. 집 안에 있는 물건뿐 아니라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들도 버리고 정리한다면 살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래된 기억 속의 일들을 오늘 같은 가을볕에 꺼내 말리고 정리하고 싶다.       

생활의 흔적이 없는 이런 조그만 집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집에서 잠시 머물며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마당에 나와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집을 둘러보았다.      

비록 획일화된 모양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내 공간을 나만의 취향과 개성이 넘치게 가꾸며 살아야겠다. 마당은 없어도 꽃은 키울 수 있다. 소소하게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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