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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10. 2020

회원님 몸이 쓰레기통 입니까?

"이번 주에 뭐 드셨어요?"
"식단 잘 지켰는데..."
"잘 지키면 살이 안 빠질리가 없는데요."
"매일 먹던거 먹는데 엄마 드시다 남은 거 조금 더 먹은 것밖에 없는데..."
"그걸 왜 드세욧?"
"그럼 멀쩡한 음식을 버려요?"
"회원님 몸이 쓰레기통입니까?"
".......... "

두 달 넘게 몸무게가 제자리 걸음이다. 청운의 뜻을 품고 이 세상 마지막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실패의 문앞으로 점점 다가가는 형국이다. 점점 운동은 게을러지고식단은 느슨해진다. 흔히들 일만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는데 다이어트에도 적용을 할 수있겠다. 하루 24시간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과 음식을 지키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416일 후에는 몸에 체화될 수 있겠다. 어제 만난 친구가 "먹고 싶은거 안 먹고 어떻게살아? 운동으로 몸에 체화시키면 먹고 싶은 데로 먹어도 살 안쪄" 라고 하며 헬린이의 기를 팍팍 죽였다. 그 때 그 친구가 말한것이 "체화"다. 몸에 밴다는 말이겠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개발의 한 테마인 '습관의 힘'같은 것이다. 움직이는 것과 먹는 것은 습관이다. 발딱발딱 일어서고 틈만 나면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등이 바닥을 사랑하고 틈만 나면 쉬려는 사람이 있다. 같이 음식을 먹어도 조금이라도 배부르면 밥 숫가락 딱 놓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까지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 습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습관을 고치기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흔히 21일을 넘기면 습관을 만들 수 있다 하는데 60년 축적된 습관은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밀려난 습관이 호시탐탐 귄토중래를 모색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산골 시골마을에 살던 우리집은 그 시절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이 가난했다. 어른들은 우물가에 설겆이한 밥알이 흩어져 있으면 '죽으면 배는 수미산만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만해서 아무것도 못 삼키는 아귀지옥 간다.'라고 하며 야단쳤다. 엄마는 쉰 밥도 버리지 않고 물에 씻어 먹거나 밀가루를 당게당게 묻혀서 밥솥에 얹어 쪄서 드셨다. 남은 음식 버리는 것을 금기시하고 늘 밥그릇 국그릇을 싹싹 비우면 칭찬을 했다. 먹기 싫어 남긴 건더기는 엄마가 싹싹 긁어 드셨다. 음식중에서도 밥을 버리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셨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같이 세들어 사는 옆집 아주머니가 매 끼마다 그릇에 남은 반찬을 쓰레기통에 싹싹 비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 우리는 늘 남은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먹고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은 엄마가 들어오시면서 "세상에 여편네가 허연 쌀밥을 쓰레기통에 털썩 버리더라. 살림 말아먹기 십상이지."하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집이 남편 장사가 망하고 빚을 져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엄마의 인식을 더 확고하게 뒷받침하고 말았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닮아 가고 있었다. 살림은 엄마가 했으니 별 관여를 안해서 몰랐는데 나의 식습관이 엄마와 똑 같았다. 뭐든 아까워 못 버리고 입에 털어 넣는다. 아이들 먹다 남은 밥이나 과일을 설겆이 하며 우걱우걱 먹고 있고 심지어는 나물 무치고 남은 양념도 아까워 밥 한 숟갈 놔서 비벼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깜짝 놀란다. 어쩌면 이렇게 엄마랑 똑 같은지! 요즘은 안 그러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무심중에 습관적으로 행동이 나온다. 부엌에 들락거리며 무심코 식탁위에 한 토막 남은 과일을 집어 먹고, 식빵을 다 먹고 껍질부분 한 쪽을 남겨 놓았으면 어느새 집어들고 딸기쨈을 꺼내 바르고 있다. 아침에 엄마 식사를 도와드리다보면 엄마가 꼭 밥을 한 두 숟가락 남긴다. 그 밥을 버리지 못하고 떠 먹고 있다. 반찬도 조금 남으면 긁어 먹는데 이렇게 먹은 음식이 쌓이면 칼로리가 제법된다. 아무래도 요즘 다이어트 정체기의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습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어제 코치의 잔소리를 들은 터라 오늘 아침에는 엄마의 식사 잔반을 쓰레기통에 쏟아 넣었다. 하얀 밥알을 누가 볼세라 나도 모르게 얼른 쓰레기통 뚜껑을 닫았다. 꼭 죄를 짓는 것 같은 심정이다. 그래도 내 몸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앞으로도 남은 음식은 눈 딱 감고 버리리라 다짐했다.

416일에 마늘 먹은 곰처럼 환골탈퇴하려면 새로운 습관을 더 쌓아야한다. '내 몸은 쓰레기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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