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Apr 22. 2021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들

사실 지금 같은 온라인 수업 시대에 더군다나 그렇게 소셜 하지 않은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안에서 혼자 보낸다. 원래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시간을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외로워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혼잣말이 조금 많아지는 낌도 있고,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 나에게 있었던 일들이다.


1. 얼마 전 고등학교 때부터 재수, 대학교, 직장까지 같은 곳에서 계속 내리 10년을 넘게 보며 지냈던 친구가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줬다. 아직 몇 명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제네바에 있는 나에게까지 연락을 주어 고마웠고, 덕분에 친구와 미래의 제수씨와 영상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코찔찔이로 만났던 친구가 어느새 결혼을 한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워낙 훌륭했던 친구가 자리를 잘 잡아가는 모습이 멋있기도 했다. 문득 불안정을 선택해서 제네바로 온 나이긴 하지만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제네바에 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나도 그냥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어찌 보면 평범하게 무난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2.  지내는 동생이 있다. 국제 재난 관리, 복원 분야에서 무려 3 가까이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유엔기구와 국제적인 규모의 NGO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다.  친구도 이번에 석사 유학을 준비하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합격 연락을 받았고, 다른 학교의 결과도 기다리는 중이다.  친구는 자신이  부족하고 자신감도 없다고 하는데, 외모도 성격도 좋은 편이고 경력도 인맥도 좋은 편인데 무슨 걱정이 많은지 사실 나로서는  이해가  간다. 매일매일 꾸준히 밤을 새우면서도 운동까지 하고 출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정말 정말 멋진 동생이다.  그에 비해 나는 나이만 먹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3. 흔히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응당 인간이라면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기 마련이다. 그로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나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사람이다. 성격이 사실 그렇게 둥근 편도 아니고(직장 생활의 가장 큰 적), 외모가 훌륭한 것도,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집안이 부유한 것도,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고,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경력도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대학생 때까지는 나의 열등감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나였기에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하며 지냈던 것 같다. 덕분에 성과가 좀 있었는데, 더 큰 무대로 나와서 보니 이제는 조금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지만 조금은 버겁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경찰 중에서는 지금까지 이렇게 빠르게 유학을 나온 분도 없고 개발학을 공부하여 국제개발 업계로 가신 분이 없다 보니 조언을 구할 곳도 없다. 오롯이 나 혼자서 고민해야 한다.


4. 몇몇 후배들로부터 같은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는다. 대학 출신 중에서 나처럼 기동대 2년만 마치고 국비유학이 아닌 스스로 자비유학을 나오는 경우가 없었고, 내가 선례라고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선구자(?)가 되어버렸고,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모델이 되어 버렸다.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최대한을 알려주지만, 사실 이 방법이 맞는 건지 나도 잘 모르는데 대답을 해준다. 몇몇 후배들에게 일찍이 본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을 가서 길을 닦아 놓는 나는 나름대로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사실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바쁜 입장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조언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부끄럽다.


5. 불안정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생각하면 더 불투명하긴 하다. 개발학 석사를 하면 개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기보다는 그냥 내가 앞으로 인도 위기 현장, 개발 현장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마음가짐을 기르는 중인 것 같다. 어제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일종의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큰 목표들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몇몇 친구들은 이 분야로 나가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는 중인 것 같다. 그래도 현재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최근에 있었던 몇몇 일들을 돌이켜보며 당시에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정답이 나오지 않는 인생이라지만, 정답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