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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un 04. 2022

퇴사했습니다

조금은 공허하네요

졸업을 몇 달 앞두고, OECD에서 감사하게도 인턴십 제의를 받게 되었다. 마침 경찰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서 스케치하는 부서였던이라, 나의 프로필이 상사의 눈에 띄었다. 덕분에 상사는 1년 전에 잠시 중지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고, 나는 인턴으로서 상사와 둘이서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일하게 되었다. OECD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나의 20대를 함께한 경찰 생활은 끝이 났다. 얼마 전 사표가 수리되어 정말로 경찰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 되었다. 20살에 경찰대를 들어가기 위해서 재수를 했고, 21살부터 24살까지 경찰대학생으로 그 후 29살인 현재까지 경찰로 살았다. 나의 20대의 전부였던 곳을 떠나게 되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퇴직하는 날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경찰 선배가 잠시 스위스에 놀러 와 나의 퇴직의 순간과 새로운 시작의 순간을 함께 해주었는데,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라왔던 국제기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어 감사함과 설렘, 경찰을 떠나게 되어 아쉬움, 불안함, 초조함과 후련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고 사실 조금 눈물도 났다. 퇴직의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서 매일 보며 새로 다짐을 하는 중이다. 여전히 퇴직이 잘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저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주님께서 정해주 신대로 가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하루하루에 충실하는 중이다.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어 지난 1주일 처음으로 인생에서 처음인 백수 상태로 1주일을 보냈다. 백수라고 해도 결국은 매일 석사 논문을 작성했지만, 그 와중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한 선택에 대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유럽에서의 삶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쉬운 것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이렇게 도전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이 또 20대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앞으로 파리에서 잠시 동안 인턴생활을 하고, 운이 좋게도 계약이 연장된다면 컨설턴트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근무 시작 전 상사와의 2번의 회의를 하면서 얼마나 좋은 곳에서 좋은 분에게 일을 배우고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느끼는 중이다. 상사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기획, 예산 부서에서 7년간 근무를 하고 현재 OECD에서 6년째 근무 중인 베테랑이다. 이런 분 밑에서 일을 배우고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버블을 벗어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국제기구로 들어가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어쨌든 저는 퇴사했습니다. 그간 저의 20대를 빛내준 모든 동료, 동기 그리고 선후배들에게 감사합니다. 20대 그리고 경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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