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환 Mar 02. 2023

[오늘의 私설] 롤모델을 찾기, 롤모델이 되기


 올해 우리 나이로 50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혼인 내가 늦어지는 결혼에 대하여 위안을 얻은 이들이 있었다. 사십 대에 들어섰을 때 롤모델은 아버지였다. 물론 내 위로 누나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버지 나이 마흔 다섯에 내가 태어났다. 그러니 아, 나도 마흔 다섯까지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흔 다섯을 넘기자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백종원 씨였다. 아, 마흔 여덟에 결혼을 해도 저렇게 가정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잘 살수 있구나. 물론 나는 백종원이 아니고 배우자가 소유진일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희망의 불씨를 유지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넘겨버렸다. 이제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아, 쉰 둘에 결혼해도 대통령도  수 있구나!' 내가 쉰 둘이 될 때까지는 이 정권이 지속될 니, 그럼 윤석열 대통령은 당분간 나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인가?

     

 한심한 일이다. 나이가 오십이면, 이제는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대체 언제까지 남과 나의 간극이나 가늠하는 구차한 삶을 살 것인가.

      

 결혼만이 아니다. 뉴스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이력부터 뒤진다. 집안이든 경력이든 학력이든, 나보다 나은 게 있으면 기가 죽는다. 아, 그럼 그렇지. 서울대 출신이네. 반대로, 나와 비슷하거나 열악한 조건에서 뭔가를 이뤄 낸 사람을 보면 싸구려 위안을 얻는다. 저런 사람도 해 냈다고?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

      

 젊은 날에야 롤모델이 유용할 수 있다 치자. 하지만 나이가 오십이다. 물론 오십이든 육십이든 사람은 배워야 하고, 어느 연배든 롤모델이 있어 나쁠 건 없다. 그래도 최소한 남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일희일비할 때는 지나지 않았는가.

     

 남의 이력을 뒤지는 건 한심함을 넘어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다. 뉴스에 나올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전에 없던 길을 만들어 낸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일희일비한다는 자체가 논리 모순이다. 없던 길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그 길에 위안을 얻는다?

      

 다시 결혼으로 돌아와 본다. 쉰 둘이면 어떻고 환갑이면 어떠냐. 그 나이에 결혼했어도 잘 사는 사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나이에 결혼해도 잘 산다는 모습을 내가 보여주면 될 것이다. 결혼만이 아니다. 나와 유사한 조건에서 성공한 사람을 애타게 찾을 것이 아니라, 조건에서 성실히 살아 낸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그것이 이 땅에 오십 년을 빚진 자로서 뒷사람들에게 보여야 할 모범이다.    


 이제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희망을 받기보다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자. 롤모델을 찾기보다는 롤모델이 되자. 설령 그러지 못한다 해도  생을 가장 나다운 궤적으로 살았그걸로 족하리라. 그러니 백선생님, 그리고 각하,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그저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私설] 전진무의탁과 '바라지 않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