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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r 02. 2024

다음에 해야겠다.

3월 첫 출근

3월 첫 출근이다. 

토요일이기도 하지만 한산한 진료 창구나 병실이 어색하다. 

인턴을 포함해 새로운 직원들이 입사를 많이 하는 시기지만 3월 한파만큼이나 병원 분위기는 냉랭하다. 입원 병실이 부족할 정도로 대기가 필요했던 진료과조차도 입원환자가 보이지 않는다. 


일에 치일 때면 “아픈 사람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막상 환자가 없으니, 이것도 적응이 안 된다.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니 이참에 적체 업무를 처리해 볼 요량으로 숨겨놨던 파일을 열어본다. 


퇴근해서라도 업무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저장해둔 4~5개의 USB와 데스크톱에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해묵은 파일들로 가득하다. 도무지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안 가는 파일을 열어본다. 일 못하는 사람의 특징이라지만 이렇게나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이 뿌듯하다. 


‘이건 왜 못했을까?’ 

‘이런 것도 하려고 했었구나.’

‘이 파일은 왜 여기 있는 거지?’

‘이게 여기 있었구나.’


컴퓨터 바탕화면은 간간이 정리하는 편이지만 못내 아쉬워 파일을 지우기는 아깝다. 

몇 번이고 반려되거나 나중에 꼭 해봐야지 했던 기획안도 있다. 


광맥(?)을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도 했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찾을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파일을 뭉텅이로 휴지통에 버린다. 

결국 적체 업무는 손도 못 대고 퇴근 시간이다. 

당장 퇴사도 아닌데, 다음에 하지 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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