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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13. 2024

조금 더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

생로병사

외래 진료실 앞은 환자와 보호자로 인산인해다. 

힘들어 보이는 환자와 걱정 어린 표정의 보호자도 보인다. 

대부분의 환자는 대기 모니터만 응시하며 이름이 불리길 기다린다. 


진료실 앞을 지나다 이전에 상담했던 환자의 보호자와 눈이 마주쳤다.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안부를 물어본다. 


"요즘 잘 지내시죠?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

.

.

아차! 괜한 안부를 물어봤나 싶다. 

보호자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안부를 물어본다는 것이 보호자를 우울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편안한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영혼 없는 말에도 보호자가 잘 받아줘서 다행이다. 

도망치듯 발길을 돌리면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병원을 이용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나칠 정도로 어려웠던 환자의 사정이 오버랩된다. 


건강을 회복하는 환자도 있지만 증상을 조절할 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도 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던 환자도, 양손 무겁게 커피를 사 들고 오던 환자도 언젠가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병원을 드나들었던 환자의 마지막이 다가올 즘····.

생로병사가 자연의 이치인 걸 모르지 않지만 조금 더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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