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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16. 2024

"900원이 없다고요?!"

약값이 없다.

1년 전 간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거부하고 항암치료만 받고 있다. 


환자의 배우자가 사회복지팀에 몸을 던지다시피 달려 들어온다. 


“큰일 났어요.”

“급하게 약을 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어요.”


암 치료에 따른 외래 진료비는 생각보다 높지 않은 편이다. 

“병원비가 얼마나 나왔던가요?”


“900원이요.”

“900원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900원이 없다고요?!”

대답한 본인도 머쓱해한다. 


900원이 없어 병원비를 계산할 수 없다고? 

몇천 원이 없어 병원비를 계산할 수 없는 환자를 본 적은 있다. 

100원이든 200원이든 급하게 응급실에 온 상황이면 병원비를 준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약 처방을 받기 위해 외래진료를 예약하고 내원한 경우 당연히 병원비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슨 대책으로 그냥 오신 걸까? 

“환자는 어디 계세요?”


“지금 구치소에 있는데 약이 다 떨어졌어요.”

“약을 타야 하는데 약값도 없어요.”


갈수록 태산이다. 


“병원비 문제가 아니라 약값은 저희도 어찌할 수가 없는데 지인들에게 빌려볼 수 없나요?”


“한 번 물어볼게요.”


그렇게 몇 통의 전화를 걸어보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더 알아보고 올게요.”


하루가 지났지만, 결론은 병원비와 약값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지지체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몇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병원비와 약값을 해결할 수 있게 했지만, 생활은 어떻게 하는 걸까?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였던 환자는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수급 자격이 취소되었다. 

배우자는 수급 자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통장 잔고는 0원이다. 

생계비가 지급되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남았다.


식사는 하시는 걸까?

병원까지는 걸어 다니시나? 

공과금은 어떻게 납부할까? 

월세가 밀리지는 않았을까? 


상담하다 보면 질병의 치료보다 생계가 더 시급한 환자를 많이 만난다. 

행정복지센터에 연계를 해봐도 이미 생계비지원을 받는 대상은 추가 지원이 제한적이다. 

답답하기는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운 좋게 후원자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정해진 예산은 없다. 

민간사회안전망 정도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항상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약 처방 일수를 계산해 본다. 

다음 달이면 다시 오시려나?

그때는 병원비와 약값을 준비할 수 있으려나?


내가 도움을 주는 것이 맞는 건가?

도움을 주든 안 주든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회복지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넉넉하게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심각하게 직업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그래도 사회복지사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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