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ttomato Apr 13. 2021

당연한 것들

04.13.21


다치면 그제야 온전한 다른 발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단수가 되어 물을 조심히 다룰 때면 손만 뻗으면 있었던 물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고

기나긴 장마가 끝나야 햇살 한줄기의 행복을 안다.


일을 하면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불평한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남보다 뒤처진 것 같다고 불평한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리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고 생각이 들 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안녕이란 말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이른 나이에 깊은 감정들을 속으로 삼키면서 나는 그때 알았다. 세상 일은 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어느 하나 당연한 게 없었다는 것과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뒤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도 후회하는 일상을 종종 보내지만 과거의 나와 다른 점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늘 힘들고 나서야 그때 참 좋았었는데 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순간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저 내 방식대로 오늘을 ‘잘’ 지내려고 한다. 가끔 힘들 때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찾아 감사일기를 써보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며칠 전 유 퀴즈에 종양내과 김범석 의사 선생님이 나와 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티비에서 종종 슬픈 이야기가 불쑥 나올 때 보기 힘들어하는 걸 아는 남편이 채널을 돌리려 하는데 그냥 보고 싶다고 놔두라고 했다.


지극히 아무 일도 없었던 조용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암과 싸우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하루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관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보통의 하루를 특별하게 시작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

가장 먼저 나에게, 내 가족에게 그리고 친구에게.

‘유 퀴즈’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후기 | 미국에서 영화 ‘미나리’를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