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해서, 지난 일요일 저녁 따뜻한 물을 배꼽까지 받고 첨벙거리며 되뇌었다. '투명하고 적게 말해야지.'
나는 단둘이 아니면 말을 잘 못 하고, 여러 사람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다가 금세 지쳐버린다.
그러고는 간밤에 약한 술을 마시고 요즘 생각하는 것들을 장황하게 늘어놨다. 창피함 때문에 오늘 피곤하다.
나는 벗은 몸과 같이 글을 쓴다. 아무 목적 없이 뱃속부터 꺼낸 말을 두드려 적어두는 것이다.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 촘촘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나도 보이지 않는다. 외모도 나이도 가늠할 수 없으니, 우연히 닿은 누군가와 무표정하게 만날 수 있다.
새해가 되면서 나는 내 글처럼 살고 싶어졌다. 투명하고 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