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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Sep 19. 2019

사회적 합의가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그만

따뜻해져버렸다


"경제가 진짜 어려운가봐요. 우리나라도 출산율이 좀 높아져야 할텐데"


"오, 저도 그런 얘기하는 비슷한 영상 최근에 봤는데."


"앗 혹시 xxxx?? 애 셋 낳으면 막 엄청 지원해줘야한다고 하던데 그 부분 진짜 웃기더라고요. 맞는 말 같기도 해요."


"아 네, 저는 그 부분 듣고 빡쳐서 껐어요."


"아! 그러셨군요? 저는 애가 하나지만 이해가 되긴 하던데."



점심을 먹던 중, 유투버 '슈카월드' 영상을 보신 두 분의 대화였다. 물어물어 해당 영상을 찾아서 대화의 주제가 된 부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야한다는-을 따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조치고 뭐 별 진짜 막 창의적이고 막장적인 조치도 해야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애 한 명 낳아, 야 이거 요즘 청약 가산점 몇 점 줘요? ... 애 한 명 나면 점수? 확 올려 줘야지, 애 두명 낳며는? 드려 야야 드려, 우선~청약 우선 청약! 애 세 명 낳며는?! 야 이거는 저기 창가 뷰 좋은 VIP 거기에다가, 뭐 저금리같은 소리 좋아하네 국가가 0퍼센트로 대출해 드려서 아파트 사게 해드려야지~ ... 야 애 세 명 낳신 분은, 그럴 수 있어~ 그냥 돈 없을 수 있어 애 셋을 났대잖아 셋을~ 아니 그럴 수 있다니까? 애 영(0)과 애 셋은 돈 차이가 이거 한 명이 얼만데 ... "


위의 내용은 23:36초 쯤 부터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말씀하시는 투가 굉장히 웃겼다. 유쾌하신 분인듯!




위의 대화는 나를 포함해 몇 사람이 한 두 마디씩 얹으며 계속됐다. (글로 옮기기 위하여 약간의 각색을 거쳤다.)


"저는 회사에서 자녀학자금이랑 교육비 명목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솔직히 좀 별론거 같아요."


"아, 아무래도 미혼이시고 자녀도 없으시면 좀 그렇긴 하겠네요."


"근데 출산율 같은 문제가 워낙 중요하니까 해결하려면 어찌됐든 이런 정책을 만들어내야하는 것도 맞긴 하죠."


"솔직히 저는 사각지대에 있어서 저런 정책이 나와도 하나도 안 반갑고 왠지 반대하고싶고 그런거 같아요"


"앗, 그래요? 저는 미혼이라도 별 생각 없었는데.. 언니가 조카 키우는 걸 옆에서 계속 봐와서 그런가봐요~"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혹은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자유로이 던져졌다. 아마도 각자가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그 대화의 장에는 기혼, 미혼이 섞여있었고 연령층도 20~40대를 아우렀으니까.




"제가 최근들어 자주 하는 생각인데, 우리나라는 서로 다르게 분류(?)되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뭐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게 어려운 거죠."


사회적 합의이해라는 키워드가 던져졌고, 반박이 이어졌다.


"왜요? 이해를 못하니까 합의가 안일어나죠.


예를 들면 저는 자녀도 없고 미혼이다보니 국가에서 지원하는 어린이집 비용인가? 그거랑 회사에서 복지차원으로 지원하는 비용들을 하나도 못받잖아요? 결혼하고 애낳은게 뭐 대수라고 그들은 그런걸 받고 나는 못받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근데 저희 팀에 작년에 xx 선생님 새로 오셨잖아요. 그 분께 애들 둘 키우는 얘기를 듣다보니 학부모이신 분들 상황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하더라구요. 나라에서 회사에서 왜 지원해주는지도 알겠고.."


"아, 맞아요. 저도 약간 꼬인 마인드였던 적이 있어요.


나는 학자금 다 내고 다녀서 아직까지도 빚갚고 있는데 요즘은 국가장학금도 잘 되어있고 학자금 대출 이율도 엄청 낮은게 억울했죠.


근데 요즘 친구들 학교 다니는 얘기 들어보면 제가 학교 다니던 때랑 다르더라고요. 사상 최악의 취업률이라 하지,스펙 높아야하지, 거기다 물가도 높지. 제가 받던 과외비랑 큰 차이 없게 받는데 전 밥 한끼 3,500원에 사먹었거든요. 요즘 그 돈으로 밥 못 먹죠.


아무튼 저는 그런 부분을 전혀 공감을 못했었죠 뭐. 그래서 청년 지원하는 제도들도 딱히 곱게 보이질 않았고. 근데 동생 이번에 복학해서 다니는 거 보니 쉽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지금 애들이라도 편하게 다니면 됐지 뭘 옹졸하게 그랬나 하는 생각도 스스로 좀 들고."


"허헛~ 저도 요즘처럼 신혼부부한테 주거지원 많이 해주는 때 결혼할걸 그랬어요."


각자의 경험과, 때로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솔직하게 나눠졌다.




"그래서 저는 사실 복지가 가능한한 보편적으로 가야 맞다고 생각을 하는 게, 이렇게 부분적인 혜택이 존재하면 수혜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래 가졌어야할 이익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요. 물론 갈 길이 멀겠죠."


"그쵸.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백여년에 걸쳐 한 것을 몇십년에 해왔으니까.

근데 그 와중에 웃긴 건 그런 보편적 복지 개념의 일환인 무상급식 같은 걸 또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거."


"맞아요 우리나라가 엄청 빠르게 성장한 게 큰 듯 하네요. 어찌됐든 지금은 과도기에 있죠. 그래서 이 나라의 모든 구성원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완벽히 똑같은 양'의 복지혜택을 받도록 제도를 만드는 건 근시일내에는 무리인 것 같아요. 사실 사민주의가 잘 정착한 나라나 복지국가들도 그건 못할듯."


잠시 이야기가 한국의 빠른 근대화와 복지에 대하여 흘러간다. 어쩌면 자연스럽다. 그러다가 곧 이상과 현실사이의 커다란 틈을 자각한다. 곧 과도기에 있는 우리를 생각하면서 아까의 '사회적 합의와 이해'로 초점이 돌아온다.


"결국 이 시대의 한국인으로써는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이익을 보는 상황을 피할 수 없어보이네요."


"근데 그게 단순히 '손해와 이익' 차원이 아니라 특정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도와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차원에서 발생되는 거라면? 이해할법 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게요. 내가 그런 처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그런 의식들이 좀 더 널리 퍼지면 질적으로도 훨씬 나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거의 이해관계로만 그런 합의들이 일어나잖아요."




이야기가 길어질 무렵, 처음 이 주제를 던진 분께서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하자 모두가 함께 웃었다.


"아, 갑자기 마음이 따뜻하네요.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니."


그렇게 우리는 사회적 합의가 어쩌고, 이해와 공감이 저쩌고 하다가 그만, 뜬금없게도 마음이 따뜻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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