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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Feb 02. 2022

내장산만은 비수기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비수기 여행의 시작




여름휴가를 쓰지 못한 우리는 11월, 5박 6일간의 남도여행을 계획했다. 이정도면 비수기 여행 마니아다. 어딜 가든 비수기에 가는 우리.


이 날의 이동경로


금요일 오후, 서울에서 변산반도로 출발한다. 채석강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일정에 변산반도를 넣은 이유는 남편의 추억 때문이다. 남편이 무려 10년도 더 전 군복무를 하던 시절, 휴가 때 자전거를 타고 변산반도에 왔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포카리스웨트를 한 병 들고 바다를 보며 앉아있었다던 노란 벤치를 발견하고 그는 '와! 이게 아직 여기에!' 하고 탄성을 질렀다.


미세먼지가 조금 좋지 않았고 하늘도 맑지 않았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구름 낀 하늘, 지고 있는 해, 그리고 바다에 비친 그 반영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파스텔톤. 사진으론 표현이 되지 않는.


한 편에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흥겨운 노래를 하는 혼성그룹 앞에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몇 분 계셨고, 빼어난 실력으로 발라드를 주로 부르는 남성 솔로 1인조 앞에는 젊은이들이 앉아있었다. 후자의 노랫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하늘과 바다와 지는 해를 잠시간 감상한다.



근처의 백합구이집으로 향한다. 백합무침도 맛있었고, 백합탕도 맛있었고, 백합구이는 더더욱 맛있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17, 백합식당





곰소항 부근의 무인호텔로 간다. 무인호텔은 처음 이용해보았다. 방과 주차장이 하나로 연결된, 독립된 공간에 차를 세우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방이 있는 구조다. 생각보다 너무나 쾌적했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윗길 75, 라움 무인호텔





토요일 오전이 되었고, 내장산을 방문한다. 하필 단풍놀이 시즌이고 토요일이라 초입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내장산 입구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지옥의 차량정체가 시작되었다. '정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수준, 도로에 그냥 차가 '정지'한 수준이었다. 결국 내장산 문화광장에 주차해두고 걸어갈 각오를 했다.



내장저수지를 지나고 단풍생태공원을 지났을 무렵, 이렇게 운이 좋을수가! 단풍다리(내장호 주차장)에서 월령교까지 가는 셔틀이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입구에서 다시 한 번 내장산 순환버스를 타고 내장사 방면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는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

우화정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채 담양으로 향한다. 떡갈비로 유명한 남도예담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대기가 무려 1시간. 그 때가 3시 언저리였고, 황금소나무로 향했지만 3시부터 브레이크타임이 시작이었다. 결국 죽녹원까지 가게된다. 죽녹원 근처 옥빈관에서 겨우 식사를 했고, 간장게장이 참 맛있었다. 감자채와 흑임자 드레싱이 떡갈비와 몹시 잘어울렸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97, 옥빈관.



영산강 옆으로 난 산책로 관방제림에 꽤 많은 인파가 있었다. 우리는 '죽녹원'이라는 타이틀만 생각하고 담양으로 향했기 때문에 관방제림에 눈길을 줄 새도 없이 바로 죽녹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관방제림도 상당히 예쁜 곳이었다.


영산강과 관방제림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메타세콰이어길에 간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저녁엔 광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입구라도 보고오자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였다. 낮에 왔으면 참 좋았을 것을!





광주로 넘어간다. 고시촌에서 몇 해를 같이 보낸 친구 J가 본가인 광주로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서울에서는 몇 번 봤지만 광주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괜스레 기대가 됐다. 친구가 소개한 식당은 '광주오리요리의거리'에 있는 영미오리탕. 꽤 유명해져서 건대쪽에도 생겼다는 곳. 광주 북구 경양로 126, 영미오리탕.


숙소 앞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향한다. 기사님이 살짝 돌아가신 덕에 몇 분 늦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J. '여기서 널 보다니!' 하며 얼싸안고 인사를 나눈뒤 자리를 잡는다. 덕분에 오리탕이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고, 오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맛있게 먹었다. 문화전당역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빙수도 먹는다.


 

이동하면서 옛 전남도청과 탄환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전일빌딩을 실제로 보았다.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곳.



숙소로 돌아왔고, 첫날 곰소항에서 묵었던 무인호텔이 예상외로 너무나 깔끔해서 이 곳도 깔끔할까 싶었지만,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 다음날 아침 도망치듯 나왔다. 이 날의 트라우마로 조금이라도 모텔처럼 생긴 곳은 절대 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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