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로 7
지금도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심리 설명법이 유행이다. 아니 유행이라기보다는 정설로 굳어진 상태라고 할까? 그렇게 사람들은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숫자만큼만 세상을 구분하기 좋아한다. 그래서 생긴 혈액형 성격설이 아닐지. 지극히 유사과학도 아닌 보통 비과학적인 구분법에 사람들은 믿고 따른다.
오늘 사무실 직원이 내 혈액형을 묻길래. 내심 뭐라 답할지 알면서 역으로 물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우물거리길래 그냥 답해줬다.
“나 B형 남자입니다.”
알고 있다. 그 직원의 목구멍까지 나올 혈액형은 아마도 A형이었을 것이다. 매사에 순응적이고, 자신의 개성을 누르면서 약간은 소심하지만,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한 그런 착한 성격 말이다. 한마디로 ‘소심’이라는 말이 방점을 찍는 것이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이라면, 실질적 내 혈액형은 B형.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런 피가 흐르는 남자가 왜 소심한 성향으로 보일까? 그냥 아무렇게나 소리 지르고 살면 될 것을 말이다. 난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결국은 다른 피를 수혈해서 이상 반응을 보인 것 같다.
내 성격을 드러내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것도 사주를 보면서 말이다. 사주도 그런 것 아닌가? 운명을 정해 놓은 아마도 혈액형보다는 구체적인 믿음을 주는 것. 솔직히 혈액형보다는 그 사주의 풀이가 더 솔깃하다.
아마도 오해를 할 것이라는 충고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어설프게 하는 감정 표현이 결국은 상대도 나도 힘들게 한다는 운명 같은 이야기는 마흔이 다되어서 같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구체적인 사주는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나를 보이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고통이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B형이지만, A형 같은 사람이다. 어느 것이 본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은 둘 다 모두 내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남자이고, B형이면서 A형 성격을 가진 복합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히 어렵다. 마친 일을 정리하면서 다이어리를 정리하기가 오늘은 쉽지가 않았다.
나는 그냥 아마도 O형이 되어서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랬기에 복직을 했지만, 그렇게 살아가기가 여간 어렵다.
대한민국의 피는 27%가 B형이다. A형과 반대로 개성을 강하하고, 연애에 있어 쉽게 달구어지고 쉽게 깨지기 쉽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과연 진정한 B형 남자인지? 의심해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아마도 구체적으로 뭔가 따지면, A형과 B형의 어느 중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다중 혈액형은 아닐지. 부질없이 생각하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