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섬진로 18

by 이춘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가끔 주변 지인에게 하는 말이다. 이것은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상담을 해오면서 경험한 이치가 딱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 주변에서 자주 말하는 이 말은 내가 상담하는 기본 전제이다. 시간과 노력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내 사람은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 아마도 변화했다면, 그것은 아주 극단적인 사유가 존재했을 것이다. 죽음을 경험했거나, 외부의 급격한 변화 같은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사회복지 상담의 기본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무척 비관적인 이야기 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다. 사실 변하겠다는 말은 다른 말로는 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선언 같은 말이다. 이것은 새해를 맞이하는 다이어리의 목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연도를 가려놓고, 쭉 이어서 본다면 10년 전과 올해의 다짐이 얼마나 다를까? 나이 빼고는 이루지 못한 목표는 항상 같을 것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나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30대에도 나는 다이어트와 각종 수치화된 이야기로 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40대라고 굳이 다른 것도 없었다.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노력은 하려고 했다. 찡그린 얼굴이 아니라 일단은 웃었다. 사소한 것은 집착하지 않았다. 되도록 연기라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은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시한 농담을 던지더라도 자잘한 배려도 하면서 하루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설령 집에 들어와서는 축 늘어진다고 하더라도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는 것에 목표로 삼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난 대강대강 살 수 없었다.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기에 그렇게 살겠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버렸다. 대강에서 계절이 바뀌면서 나를 변화시키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나를 찾을 수는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타인에게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러자 주변이 보였다. 사람도 자연도 삶의 의미도 말이다.


처음에 글을 쓰는 순간이 떠오른다.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한 내 글에서는 어둠이 가득했다. 그런 마음에 글에서는 내 이야기만 줄줄이 쏟아냈다. 어찌나 억울했으면, 책 한 권에 분량을 줄이고 줄여서 만들었을까? 변할 것 같다는 기대와 어중간한 노력으로 삶이 달라질 정도라면 나 같은 사회복지 공무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게 안 되기에 사람이 변하지 않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보였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비록 그것이 연기라도 하더라도 그러한 표정 관리조차 되지 않는 순간에 난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얼굴 근육이 움푹 파인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니, 나 또한 그리 살아온 것 같다. 일단 인정하고 또 받아들였다. 그러니 노력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비록 변하지 않을지라도 진짜 노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강대강 살려는 내 첫 노력은 그래서 정시 퇴근이었다. 또 휴일에 하루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소소한 마음이었다. 그것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리 살았을지 모르지만 난 마흔이 돼서야 그게 노력으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삶이 그렇게 나를 놓아 주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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