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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22. 2024

대학병원에 고모가 오셨다

광명에서 달려온 고모 (2024.01.31.)

  멀리서 고모가 오셨다.


  경기도 광명에서 ktx를 타고 오시는 고모는 아마 걱정이 많으셨을 것이다.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오빠의 건강도 오랜 시절 함께한 올케가 다시금 간암에 투병 중인 상황. 또 마흔 넘은 조카의 착착한 심정까지 말이다.


  아마도 그것을 알기에 나도 고모의 병문안은 내심 감사했다. 오랜 시간을 병간호를 하다 보면 타인의 참견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나도 부모님께는 본인의 입원은 되도록 주변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경 어쩔 수 없겠으나,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그 조차도 버거운 관심이다. 알게 모르게 표정관리가 힘든 경우가 많았달까? 그래도 반가운 사람은 내가 보이기 싫은 것과 힘든 것을 내 보이면서도 내심 한풀이를 할 수 있으니 병문안도 필요는 했다. 그러던 와중에 고모가 오신 것이다.


  전북대학병원 본관 입구에서 고모가 타고 오실 택시를 기다렸다. 환자를 간호하느라 병실에만 있으면 밖에서 공기를 마시기도 어려우니, 적절한 산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안에서 기다리기에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여러 사람이 내리고, 떠나는 현관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와중에 택시가 하나 멈추고, 고모가 쇼핑백을 들고 내리셨다. 알고 보니 마흔 넘은 조카의 점퍼를 사 오셨다. 어릴 때도 그렇게 내 옷을 사다 주셨는데, 지금도 걱정이 많으신 모양이다. 솔직히 돈이 없어서 옷을 못 입는 것은 아닌데, 챙겨주신 마음이 어린 시절처럼 반가웠다. 


  한두 시간을 병문안을 위해서 먼 길 오신 고모와 이제 시술을 마치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의 대화는 투박하고 짧지만 애정이 뚝뚝 묻어 나왔다. 오랜 지인의 위로는 이런 방식이구나 싶었다. 나도 긴장감이 좀 풀리면서 한창 시절의 두 분의 모습과 추억이 떠올라서 따분한 병원 시계가 좀 빨리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고모가 멀리서 오셨지만, 시간은 빨리 갔다. 짧은데 더 빨리 갔다. 그 사이에 병원 지하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가시는 길에 슬며시 용돈을 드렸다. 생각해 보니 오셔서 식사를 대접해도 용돈 드린 적이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 다음으로 의지를 많이 할 어른께 나도 살면서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함과 애틋함이 떠나가는 택시를 보면서 느꼈다.


  어머니도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 고모란 존재도 필요한 마흔 살 조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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