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를 먹고 싶었다.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지인과 함께 뭔가를 먹을지 고민하던 중에 나온 잔치국수에 뭔가 생각이 쏠린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약속한 장소는 나름 맛 좋은 국숫집이었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시골에서 인터넷 정보만 믿을 것이 실수였다. 전화라도 해서 확인했어야 했는데,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그러다 무작정 고기를 먹기로 했다. 이미 처음 했던 메뉴는 어쩔 수 없이 지워야 했고, 그러자면 탄소화물도 아닌 강렬한 단백질과 지방이 필요했다. 그렇게 일행을 기다리면서 고깃집에 메뉴를 보니, 후식으로 잔치국수가 있었다.
목살과 오겹살을 굽고, 보글보글 연기가 나는 된장찌개도 좋지만, 나는 후식인 잔치국수가 기다려졌다.
사실 별 것 아닌 식탐이다. 뭔가가 먹고 싶어서 그것만 생각하다 보니 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중하게 잔치국수를 주문하고 먹었다. 2인 이상은 주문도 안 되는 고깃집 후식으로 말이다.
평소 같으면 냉면을 먹었을 것이다. 다만 양푼 가득한 국수를 받아 들고, 잠시 주저한 젓가락이 배가 찬 것을 들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이다.
살다 보면 원하던 것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내 모습도 잔치국수를 그렇게 먹고 싶다면서도 고기를 먹다가 후식으로 국수를 먹은 것 같이 살고 있다.
글쟁이.
친구와 말하면서 그리 작가가 되고 싶다 했지만, 돌고 돌아 다른 일을 하며 글을 쓴다. 후식 같은 글쓰기라 남들에게 주목도 받지 못한다.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지만, 솔직히 힘들다. 그렇게 왜 사는지 모를 순간에는 글을 써본다. 후식이라 맛집은 아니더라도 먹었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너무. 힘든 하루 틈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그리고 내 글은 2인 이상 주문은 아니니. 편하게 방문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