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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6시간전

오늘의 독자는 한 명입니다

약속을 지키기 참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렵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굶고 다닌다니, 참 겉과 속이 다릅니다. 주변에선 먹지 않고 일만 하는 이 모자란 사람 걱정을 해주지만, 면장님 퇴임식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토실한 얼굴이 화면을 꽉 채우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가끔 사람에게는 모습과 행동만큼 인생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모진 인생의 틈에서 항상 좋은 선택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후회가 많았던 적은 과연 있었을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며, 바쁘게 일을 하는 초 단위의 틈에도 없었다고 답합니다. 후회했고, 분노도 해보고, 타인에게 화를 냈기도 했으나, 결국은 다 내 선택이었기에 자괴감이 들던 이번주에 문뜩 탈출구가 있었는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왜 브런치를 썼을까? 아니, 글은 왜 썼을까?

 

  내가 글을 쓴 이유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애초에 없었습니다. 일기장에 쓰던 내 글을 한 곳에 묶을 기회가 있었기에 제일 쓰기 쉬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는 그런 내 마음의 블로그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구독자가 있어서 유명해지는 것도 상상했지만, 애초에 출판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것 말고는 다른 큰 뜻은 없었으니, 브런치는 단순히 유언장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아니면 혹은 인생 일기장이랄까?


  브런치에는 참 다양한 글이 올라오지만, 나의 글의 주제는 병원과 휴직.


  무엇을 그리 열심히 살았는지. 평탄하지 않았던 삶 속에서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해서 글을 썼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좀 후회가 됩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인연들도 있었고, 또 글을 썼기에 휴직에서 복직도 할 수 있었으니, 그만두지 못한 이유기도 하니까. 그렇게 거꾸로 올라가다 보면 고민은 끝이 없었습니다.


  매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매번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혼자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무서움이 많았기에 그랬을지. 애초에 내 삶이 답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후회를 했던 것은 시도만 하고 탈출하지 못했던 순간만큼은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비상구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기에 나는 이렇게 있구나. '


  과연 지금은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렇다고 생각했다면 좀 더 과감해야 했는데, 떠밀리듯이 출구에 앉아서 세상을 보았습니다. '나는 비상인데, 타인들은 그저 일상이구나. ' 그래서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일상에 녹아들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혐오감에 배가 고프지 않았고, 불안함에 잠이 오지 않는 수일의 밤이 지났습니다. 무엇을 해도 지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뭘 하더라도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다 포기하려는 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열심히 살아봐."


  평소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겼을 말인데,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다만 저는 그 말에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만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까지 고민하다가 어려운 약속임을 알고, 포기하려다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그렇게 타인과의 연말 모임 속에서 빈속에 이것저것 넣었더니 비록 탈이 나버렸지만, 어떻게든 전달하고픈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약속은 참 지키기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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