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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 May 18. 2021

어떤 생각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와 그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 자신을 깎아서 배려하는 자신의 상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후자가 나일 것이라 확신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가 현재의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냐 한다면 나는 그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타고 난 성정이 그렇지 아니한데 무언가가 되려고 추구한다는 것 만으로 그 상에 다다를 수는 없고 그로 인하여 나 역시 괴로워하기만 할 것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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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성정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성정이며 그것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리라. 그렇다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그 성정인지 그 성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자체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타고난 것이 사유라고 치부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좀 더 책임 회피의 여지가 남아있기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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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통 속에 침잠하는 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그것을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조차 괴로움이라면 그저 그대로 머무는 것뿐이 내가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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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롯이 혼자 존재해야 함을 알며 그것 자체도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나를 괴롭게 한다. 이 모든 고통을 나 혼자만이 견뎌내야 하며 누군가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눈 돌릴 수 없는 사실이 또 다른 고통이다. 삶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나 혼자 견뎌내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누군가를 바라는 나 자신이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부끄럽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끝끝내 그 역시 괴로워질뿐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고통을 더하는 것임을 알기에 스스로 버텨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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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강렬한 감정, 그것이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든, 그것을 가진다는 것은 괴로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떠한 강한 감정은 애틋함을 동반하며 이는 내 심장을 쥐어짜 내는듯한 고통을 준다. 어떤 식으로든 지나가면 좋겠다. 제발 나에게 어떤 감정도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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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에게 어떠한 부담이 될지 몰라 나는 오늘도 말을 가슴속으로 삼킨다. 내가 편하자고 내 깊은 무언가를 꺼내어 보인다는 것은 그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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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불사르고 싶다. 그러나 나는 불탈 수 없다. 뜨뜻미지근한 맹탕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동적인 일이다. 나는 도저히 그네들처럼 내 몸을 불길 속에 과감히 던질 수 없다. 그럴 용기도 없고 그럴 만한 강렬한 스파크가 내 안에는 부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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