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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 Aug 09. 2021

16時

어떤 생각

오늘따라 유난히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듯 괴롭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것은 더운 공기 때문도 아니고 에어컨의 냉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내 삶이 내가 버티기에는 너무 무거운 까닭이다.


 회사 사람이 또 나간다 한다. 일주일 만이다. 나는 그것을 듣고 더욱 괴로워졌다.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아무 단어도 적을 수 없었다. 왜일까, 사람이 드나드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왜 두려운 걸까.


 나는 이력서를 계속 쓴다. 면접을 본다. 그런데 이 행위가 이직을 정말 갈구해서인지 그러니까 대상 회사에 정말 가고 싶어서인지 이곳을 그저 떠나고 싶기 때문인지 나조차도 분간할 수 없다. 현실에 그저 안주하고 있으면서 발전하지는 못하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행위 자체로부터 나는 어떠한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행위는 노력으로부터 거리가 먼 그저 시간을 소모할 뿐인 행위이다.


 시간은 어차피 흐르는 것이고 인간이 어찌할 수 없기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이토록 괴로운 것은, 내가 흐르게 내버려 두기 때문이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며, 내가 시간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變身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번데기가 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나비의 꿈만 꾸다 사라지는 유충이다. 그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하나 더 괴로운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힘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마는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理想鄕은 저 멀리에 있다. 하지만 이데아(idea)라기보다는 현실에서 추구하는 어떤 지향점에 가까운, 대지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를 외면하고 도피한다. 끝없는 도피의 끝엔 도피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내가 부끄럽다. 내가 괴롭다. 내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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