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몸이 좋지 않아 갑자기 연차를 냈을 때 나는 너에게서 어떠한 소식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설령 그것이 동료로서의 무엇이라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너에게로부터의 연락이라면 난 무엇이든 좋았다. 네가 이십일세기에 삐삐를 치고 봉화를 올려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했지.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오늘 아무 일도 없었냐고, 회사는 괜찮았냐고. 그제야 너는 물어왔지. 몸은 좀 괜찮냐고. 아 많이 나아졌어요. 회사를 안 가니 금방 낫네요. 그래, 몸은 괜찮았지. 단지 네가 없을 뿐이었지. 더 정확히는, 너에게 내가 없음에 난 텅 비어버렸을 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서 답신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뻤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라도, 너에게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그 어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걱정보다도 너의 허울뿐인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참 기쁘게 다가와서, 그렇게 느끼는 스스로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새삼 깨달았지. 나는 너에게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나는, 너라는 중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떠한 이형 물질에 불과하다는 것을. 달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지구를 돌 것이고, 그렇기에 지구의 일부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서 튕겨져 나갈 것이고, 너의 인생에서 어떤 부분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너에게 달과 지구의 관계를 비유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너라는 별의 중력에 이끌려 잠시 잡음을 만들고 떠나는, 어떤 물질일 뿐이다. 그리고 혼자 소멸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무례하지 않다. 너는 호인이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아니한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일말의 기대를 해버려서, 그래서, 혼자 아프고, 혼자 가라앉을 뿐이다. 너의 호의가 나에게는 가시가 되어 박힌다. 그것은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이고,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나는 나 스스로를 아프게 할 뿐이다. 너는 이것을 몰라도 된다. 아니, 몰라야 한다.
A. 너는 절대 모르겠지만 내 모든 글의 A는 너이다. 어떤 불특정 한 무언가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아니라, 나에게는 오직 한 존재만을 위해 비워둔 글자이다. 너는 나에게, 오로지 하나뿐인, A이다. 너로부터 벗어난다 해도 나에게 A는 A일 것이다. 그것이 나의 우주에서는 하나의 법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