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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Sep 30. 2024

우리 동네 사람들


후딱 짐을 정리하고 난 뒤 방앗간에 가서 떡을 주문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사떡을 돌릴 생각이다. 토요일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을 찾아왔다. 떡을 잘라서 은박 접시에 담아 아이들과 함께 동네 집을 돌아다니며 떡을 드리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떡 좀 가져왔어요. 며칠 전에 저기 아래 집에 새로 이사 왔어요.”

내 말이 끝나면 떡을 들고 있던 두 아이 중에서 홍이가 먼저 들고 있던 접시를 건네주었다.

“알아요. 잘 왔어요.” 손으로는 떡을 받으며 아주머니는 두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웃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뻘쭘했던 우리 셋은 서둘러 돌아서 나오면 아주머니들이 “잘 먹을게요.”라거나  “잘 가요.”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주머니들의 인사를 받은 아이들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났고 어깨가 조금 솟아올랐다.     


떡을 다 돌리고 나서 서둘러 집으로 갔다. 동네 남자어른들께 술대접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사 떡을 맞출 때 남편이 말했다.

“아무래도 떡만 돌리기는 좀 그런 거 같아. 동네 어른들께 술도 한잔 대접하면 어때?”

“술...? 집도 좁은데...? 안주는 뭘로 해?”

“우리 집 골목에 있는 사람들만 하면 몇 명 안 될걸? 고기 좀 삶아서 김치랑 드리면 될 거야. 다른 집들도 보니까 뭐 음식 많이 차리고 하지 않더라고.”“보쌈 정도면 가능하지 뭐. 고기만 삶으면 되니까. 근데 괜찮을까?”“내가 생각할 때는 그래도 돼. 부담 갖지 말고 고기만 좀 삶아줘.”

“나는 몰라. 진짜 고기만 삶는다?”

“그거면 충분하다니까. 걱정 마.”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 새우젓과 이사 떡으로 준비한 시루떡으로 마루에 상을 차렸다.

“여보, 어르신들 들어오시라 하지?” 부엌으로 들어온 남편에게 말했다.

아니, 그냥 밖으로 가져갈게. “

“왜? 밖에 어디?”

“저기 팽나무 있잖아. 다들 모여 있어. 그냥 거기서 한잔하시겠대.”“어머, 정말, 그래도 괜찮... 나?”     

남편이 상에 있던 음식을 쟁반에 담아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빈 쟁반을 가지고 들어왔다.

“벌써 다 드셨어?”

“응. 다 드시고 가셨어.” 밝은 표정으로 남편이 말했다.

“어머, 진짜...?”     

 



아침 6시, 벌써 창 밖 세상이 환하게 밝았다. 시골의 여름은 일찍 시작되고 늦게 끝난다. 아마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태양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들 일이 끝나는 늦가을부터는 낮은 짧고 밤이 길다. 5시만 되어도 벌써 어둠이 내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서둘러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름에 못 잤던 잠을 겨울에 푹 자 두려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여름일을 해 낼 테니까.      

시계가 6시를 가리켰을 때 마을 방송을 시작되었다. 이장님은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쿵짜라라 쿵짜~~ 쿵짜라라 짜자~~

가수 송대관의 노래 세 박자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노래가 끝나고 나면 다른 노래가 이어질 것이다. 이장님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서 너 곡의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이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이장이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노인정에 어르신들 점심 식사가 준비되어 있사오니, 어르신들과 주민 분들은 나오셔서 점심 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이장님은 꼭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서 방송을 끝냈다.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노인회에 마을 부녀회에서 점심을 대접해 드리는 것이다. 점심을 준비하는 부녀회원들도 대부분은 노인회원이다. 부녀회장도 60세 이상 되었다. 그분도 사실은 노인회원이시다. 우리 마을에는 노인회원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40대인 나를 새댁이라고 부른다. 40대인 나는 부녀회에서 일을 할 때도 부르지 않는다. 그럴 땐 궁금하다. 나이가 어려서 끼워주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서 부르지 않는 것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우리 마을 부녀회원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집 옆 팽나무에서 하루 종일 매미가 노래했다. 이장님이 틀어주는 뽕짝은 여러 노래가 섞여 있는  메들리곡인 반면 매미는 같은 멜로디를 지겹게 반복했다. 아침부터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듣고 있을 때 바깥에서 남편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박 사장, 집에 있어?”

소리를 만나로 나갔다 들어온 남편을 쳐다봤다.

“응. 이따 점심때쯤 맞춰서 근식이네 형님 집으로 건너오래.  잡았다고 당신도 꼭 같이 오래.”

개고기 소리에 갑자기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여름이면 아버지는 친구 분들과 계곡으로 천렵을 가셨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 있는 세검정이나 북한산 일대에 계곡이 여러 개 있었다. 여름이면 아버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계곡으로 천렵을 가셨는데 한두 번 꼭 나를 데리고 가셨다. 아이는 나 혼자였다. 아버지와 친구 분들은 큰 솥단지에 국부터 끓이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는 나를 가까이 앉히고는 국속에서 고기를 건져 찢어 주셨다. 비계가 보이지 않는 고기는 돼지고기는 아닌 것 같아서 아버지께 무슨 고기냐고 물어보면 아버지는 늘 같은 대답을 하셨다. “소고기다, 많이 먹어라.” 그렇게 나는 아버지에게 소고기로 위장된 개고기를 받아먹었다.  

   

수박 한 통을 들고 근식이 형님 집으로 갔다. 남자들은 마루에, 여자들은 부엌에 모여 있었다.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여자들을 위해서 준비했다며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새댁은 개고기 먹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새댁...?’ 분명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이분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새댁이 맞다.

새댁이 되었으니 더 씩씩하게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네. 먹을 줄 알아요.” 씩씩하지 못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면이 있던 근식이 형님 부인께서,

“먹을 줄 알면 됐어. 이것도 먹고 저기 삼겹살도 먹고 하면 많이 먹어요.”  대접 가득 담은 국과 밥을 내 앞 상에 놔주며 허허허 웃으셨다.     

들깻잎과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진한 국물을 떠먹으며 내가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날은 무슨. 그냥 일이 힘드니까 한 번씩 이렇게 돌아가면서 같이 밥 먹는 거지.”

‘일이 힘들 때 이분들은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구나’ 생각하며 국과 밥을 많이 먹었다. 나도 요즘 안 하던 일 하느라 엄청 힘들었으니까. 아버지가 주셨던 소고기를 동네 사람들에게 얻어먹게 될 줄은 몰랐다. 따뜻한 어떤 것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아주머니들이 서둘러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새댁, 일로 들어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키가 큰 언니가 손짓했다. 나를 제외하고 그분은 아줌마들 사이에서 가장 젊었다.

겹겹이 접혀있던 담요를 펼치자 그 속에서 화투와 화장품 파우치가 나왔다. 아주머니들이 담요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더니 파우치를 하나씩 집어갔다. 파우치에서 1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무릎 밑으로 넣었다. 모두 동전을 무릎 밑으로 넣은 다음 나에게 손짓을 했던 젊은 아줌마가 화투를 들어 탁탁 쳤다. 마술사가 현란한 기술로 카드를 섞은 다음 한 장을 뽑으라며 내 밀 것 같았다. 마술사와 달리 젊은 아줌마는 화투 뭉치를 가운데 놓더니 ‘밤일낮장’하며 한 장을 집어 바닥에 탁 내리쳤다. 검은색 흑싸리였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차례 화투를 뒤집어 바닥에 내리쳤다. 모두 입으로 ‘밤일낮장’이라고 외치면서. 똥 껍데기를 뒤집은 사람이 “내가 선이다.”하더니 화투 뭉치를 가져가 탁탁 치더니 사람들에게 몇 장씩 나누어 주었다.


한편 아줌마들이 방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기 시작했을 때 아저씨들은 바깥 평상에서 계속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들은 방에서 화투를 치고 남자들은 평상에서 술을 마시더니 조금 있다가 남편이 일어서서 방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자.”

“집에?”

“응.”

“끝났어?”

“응.”

‘그럼 설거지는...?’

아저씨들이 평상에 있던 그릇을 부엌으로 옮기고 있다. 방에서 화투를 치고 있던 집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말했다.

“걱정 말고 가. 설거지는 이따가 우리가 하면 돼.” 말하더니, 어서 가라고 재촉까지 하신다. 이대로 가도 되는지 머뭇거리는데 그릇을 나르던 근식이 아저씨가 “박 사장, 어서 안사람 데리고 가.”라고 한마디 더 하신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방에 누워서 나는 어떤 생각에 잠겼다. ‘여기 사람들은 전원일기처럼 살지는 않는구나. 텔레비전 연속극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다르구나.’

우리 동네 사람들이 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술을 빨리 마시고 빨리 헤어지는 이 동네는 술 때문에 싸우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잠에 빠져 들었다. 비가 내리는지, 후드득 빗소리가 들렸다.



창이의 일기

      

현충일/억울하다  /6월 6일 금요일   

오늘은 현충일이다. 현충일 이면 우리의 어머니도 생일

그리고 현충일 노래도 외워야 할 것 같고 왜 이렇게

일이 많을 까? 어젓게는 케이크를 사러 갔고

그리고 어머니 생일을 위하려고 케이크를 사러가다가

고기도 사고 그다음 케이크를 사고 그다음 장을 보러 가고

아주 아주 일이 많아~~~~~ 내 생일날 선물도 잘 해주진 않고

훌쩍훌쩍 어린이날 때도 잘 선물을 사주지 않고 어버이날 이나

우리 부모님의 생일이면 우린 꼭 선물을 해야해 너무 불공평!!!!~~~~~~~~~

해!!!!!! 이젠 나도 같이 협조 않해! 너무 짜증나 잉잉잉

우리 형과 나는 여태 까지 선물을 거의 못받았어.

나도 이젠 돈을 협조 못해 내가 다짐을 할거야!     


4월 16일 수요일   

오늘은 삶은 계란을 먹었는데

그 삶은 계란은 다른 그냥 생명이 없는 달걀과

다른게 생명이 있어서 맛이다르다.

그래서 달걀을 먹다보니 벌써 2개가 되었다.

그런데 형은 1를 먹을 때 내가 2개를 깔데

형의 너무 달걀 모양이 이상하다.

울퉁불퉁하다. 형은 왜이렇게 달걀껍질을 못깔까?

너무 이상하다.나는 형보다 늦게 태어났는 데

형은 나보다 달걀 껍질을 못깐다.

난 마지막1를 먹을려고 할때 야~~~~~~~~~~

그거 내가 먹을 거란 말이야 너 2개나먹었잖아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아이씨 왜 이렇게 까는게 늦어?

그래서 내가 형한테 양보를 했다. 일기끝     


집안 일을 돕고  /6월 3일 화요일    

저번에는 내가 복구를 산채 시켰다. 하지만 형은 않시킨다.

내가 계속 형을 감시해도 형은 나가지도 않은데

형은 산책을 시켰다고 한다. 난 억울 하다. 그때 형이 나와 말 다툼을

할때 형이 나한테 거짓말을 치는것 같았다. 형은 짜증나게

나한테 화를 낸다. 나도 화를 낸다. 이렇게 해서 형을 때리고 싶다.

그리고 거짓말 쟁이다. 복구를 산책 시키지도 않고는 그냥 컴퓨터나 한다. 난 형이 지옥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쁜일과 집안일을

거의 돕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것과 같이 난 복구 담당이고 형은 복구의 밥 담당이다. 밥 담당 이면서 밥을 않주고 산책을 한다.

그래서 내가 대신 밥을 줘야한다. 나는 형이 얄밉다.

그리고 나한테 시비를 걸고는 울다가 어머니 한테 말을 한다.

그래도 난 저번에 형이 쉬운걸 하고 난 어려운걸 했다. 난 거실 쓸기

형은 내가 쓴것의 정리다. 쇼파에나 이런걸 정리하면 더 쉬운데 말이다.

아무튼 난 학교와 집에서 역할을 맡은다.     


감자 붙이기  / 7월 16일 수요일   

그젓게 수영장에 갔다와 등이 아팠다.

수영장에서 너무 놀아서 그랬나보다.

나는 집에 오고 잠을 자고 학교에 있을때 증상이 나타났다.

학교를 마치고 공부방을 마치고 집에 와서 어머니한테 등이 아프다고 하더니 형이 갑자기 불쑥 나와 등에 감자를 ???하면 된다고 하더군

하지만 난 그냥 어머니한테 썰어서 달라고 그랬다.이때 형이 하는 말

"???해서 하는게 더 효과적이야" 나는 어머니 아버지가 배밭에 가시고 형한테 감자를 썰어 등에 붙여 달라니까 안붙여 주더군

그래서 난 형한테 과격하게 "햄구워줘!" 이렇게 말하자 형이 햄을 구워졌다. 햄을 먹고 어머니 아버지가 오시고 형은 잔소리를 든고 저녁(밥 먹고 나서)야 감자를 붙였다.     


방학을 하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 6월 30일 월요일

난 방학을 하면 늦잠을 많이 자고 싶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쌓인 피로를 모두 풀고 싶기 때 문에~

그리고 하루 종일 놀고 싶다.

또 수영장에서 엄청 놀고 싶다.

고강동 할머니 집에서 민석이 형이랑 아주 많이

놀고 싶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버지와 내가 오랜만에 축구를 해보고 싶다.

뭐 내가 지겠지만 그래도 축구를 하고 싶다.

방학이 제일 길때 난 축구 연습을 제일 많이 하고 싶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친구를 할때 연습한 걸,

마음대로 발휘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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