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메가스터디 소속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의 에세이집이다. 총 50개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맨 뒤에는 그간 작성해 왔던 그의 일기들 중 몇 꼭지들이 모여있다.
개인적으로 2023년 한 해를 방황하며 보냈다. 회사생활이 너무나도 불만족스러웠다. 적은 급여, 무료한 일상, 의미없는 업무… 회사 바깥의 사람들은 화려하게만 보였다. 그저 불평불만, 날 선 비판, 자조 섞인 냉소주의로 점철된 1년을 통과해왔다. 앞으로의 나날들이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유튜브에서 전한길의 강의 클립이 하나 떴는데, 요는 ‘성공하려면 미치고 행복하려면 감사하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단순하고도 뻔한 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을 울렸다. 전한길의 강의를 수강해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 클립 하나만 보더라도 뿜어져나오는 열정을 배경으로 한 전달력이 어마어마했다. 흥미가 돋았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책 자체는 굉장히 구어체로 작성되어 있다. 주술호응이 완벽하거나 문장의 짜임새가 균형감이 있진 않지만, 읽으면서 차라리 ‘강의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한길 특유의 쨍한 목소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재미있다.
근래의 내 불행함의 진원지는 무엇인가? 정말로 근로여건의 부실함 때문일까?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이야말로 나 스스로를 좀먹는 원인이었던 듯싶다.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게끔 스스로 노력해보자는 마음가짐만으로 충분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혹자는 ‘직장인이든 공무원이든 사업가든 간에 본인 스스로를 1인기업이라고 생각하며 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불만도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에 의해 생겨난 것일 게다. 이를 인정하면서 ‘나’라는 1인기업을 키워감과 동시에, 아무리 감사한 게 없더라도 뭐라도 감사해보는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감사함은 삶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지혜 한 숟갈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눈 앞의 보상을 생각하며 각박하게 살아왔던 요즘, 다시금 인문학적인 소양과 함께 현명한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공무원 내지 직장인이 된 사람도 읽기에 참 좋다.
"범사에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가난해져보면 착한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려워져보면 충신을 알게 되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p. 57)
상대방이 송곳으로 찌를 때는 스펀지가 돼주면 된다. 놀라운 것은 송곳으로 찔러도 스펀지는 나중에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이겼느냐? 찔렀는데 아무 데도 상처 하나 나지 않은 스펀지가 결국 이긴 것이다. 그래서 늘 송곳으로 찔릴 때는 무조건 스펀지가 되어준다. 그래도 분한 마음이 남는다면 이 인간 내가 품어주지 않으면 누가 안아주겠나? 오죽 답답하면 저랬겠나? 하고 생각을 해보라. 용서가 되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도 든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고 결국에는 내가 이기는 길이다. 침묵보다 무서운 저항은 없다. (pp. 101~102)
공무원이 됐는데도 너무 힘드니까 ‘공노비’라고 스스로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 선생님이 좋아하는 가장 최고의 직업은 뭐죠?” 나보고 묻는다면 나는 강사다. 내 직업이니까. 늘 웃을 수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를 떳떳하게 생각할 때 본인이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지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를 바 없다. 주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잘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자부심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어서도 자기 직업, 자기 직렬에 대해 ‘나의 직업과 직렬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본인이 떳떳하고 행복해지는 길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일장일단이 있다. 옛말에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고, 물이 좋으면 경치가 좋지 않고, 경치가 좋으면 물이 흐르지 않을 수 있다. 장단점이 있다면 장점을 생각하면 되는 거다. 비단 직업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장점을 크게 보고 허물은 작게 보면 된다. 단점 없는 사람,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이 그렇게 변한다. (pp. 103~104)
내가 늘 이야기하지만 공짜 좋아하는 사람은 패가망신한다. 자기가 땀 흘려서 얻은 것 아니라면 그 외의 것을 바라는 것은 다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대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공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쪽박을 차는 것을 여럿 보았다… 항상 노력에 대한 정직한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곧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인생은 월세다. 이것은 삶의 모든 기준이다. 다달이 삯을 내고 사는 것이다. 어떤 인생을 사느냐는 내가 한 만큼, 내가 낸 만큼 돌아온다. (pp. 127~128)
자기 우물에 갇혀서 작은 티를 보고 공무원 하기 싫다 부정적인 말들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딱 까놓고 걔들이 경험을 안 해봐서 그렇다. 이미 사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직장 생활 해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공직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개고생이니, 조직 사회가 어떠니, 갑질이 어떠니, 급여가 어떠니 민원에 대한 불평을 쏟아놓는다. 그것도 다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 만족하는 사람들은 글로 안 쓴다. 만족하고 즐거운데 글 쓸 게 뭐가 있나? 묵묵히 제 일을 할 뿐이다… 파랑새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생활이 어쩌고저쩌고 분별없이 말하는 인간들 바로 잔인한 회사에 집어넣어서 영업 뛰라고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그 두려움 속에 있는 기업, 또 급여가 안 나오는 회사, 나는 진짜 열심히 일했는데 구조조정되고 문 닫는 경우, 내 의지와 무관하게 운명이 결정되는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사기업이건 공직 생활이건 사회생활이 원래 다 힘들다. (pp. 13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