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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Dec 29. 2020

코시국 랜선여행 _ 스트라스부르

운이 좋게도 나는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그때는 코로나가 터질 줄 모르고 유럽으로 떠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올해의 가장 잘한 일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재취업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ㅠ


출발지인 런던부터 시작해서 프라하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그중에서 오늘은 프랑스의 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 대해서 기록하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를 먼저 기록하는 이유는 불과 이틀 전이 크리스마스였는데, 크리스마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가 스트라스부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마켓도 진행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놀러가는곳이라고 한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방금 전 기타큐슈 글을 쓰고 나서 비교적 긴 일정이었던 런던이나 파리를 기록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 스트라스부르는 파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중간에 하루 정도 머문 곳이라 짧은 일정이었기 때문에 힘을 낸다면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표지판마저 이뻐 보이는 스트라스부르다.

스트라스부르 숙소에서 관광명소인 쁘띠프랑스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니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스트라스부르는 전형적인 유럽의 느낌을 풍기는 도시였다. 사실 유럽이라기 보다 굳이 표현하자면 파주 영어마을과 베네치아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기타큐슈에서 그랬듯이 스트라스부르 또한 길거리의 표지판이 이뻐 보여서 마구마구 찍어댔다. 이때는 여행의 초반이었기 때문에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 정말 소중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스트라스부르의 쁘띠프랑스에는 이렇게 중간에 물이 흐르고, 주변은 가지각색의 이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금 더 감성적인 표현을 더하자면, 정말 동화 속에 있는 마을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낭만적인 도시 파리보다 오히려 더 평화로웠다. 도착하기 전 여행지였던 파리에는 소매치기도 많았고, 파업으로 인해 교통 편이 매우 불편했다. 그런데 스트라스부르는 소매치기 걱정 없이 거닐기만 하면 되니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는 카약을 타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구글맵이라던가 트리플 어플을 써가며 애쓸 필요가 없었다. 큰 도시가 아니었고, 그냥 주변을 거닐면서 사진 찍고 있는 그대로의 유럽을 만끽하면 되는 장소였다. 파리에서 부지런하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스트라스부르에서 정도는 유럽의 여유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정말 이 작은 도시에서 볼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게 큰 성당이 나온다.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파리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스트라스부르에도 있는 걸 보면 노트르담 대성당은 여러 곳에 있나 보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검색해보면 200년 동안 가장 높았던 건물이라고 한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정말 너무너무 커서 핸드폰에 한 번에 담을 수 없다.


물론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진 않았다. 각도를 조절하고 팀원들과 땅바닥에 앉는 등 노트르담 대성당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노력은 했지만, 완벽하게 담을 수 없음을 깨닫고 눈과 벅찬 가슴에 담아두기로 했다.


성당과 한 시간 정도 놀고 나서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밥을 먹으러 근처 양조장으로 갔다. 양조장은 'Au Brasseur'라는 양조장이었는데,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집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 양조장만 검색해도 모두 이 양조장이 나오는 걸로 봐서, 한국인 맛집인 것도 분명하다.


스트라스부르가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이 양조장에서는 맛있는 와인과 맥주를 모두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스테이크와 맥주라니.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 양조장에서 맥주와 스테이크를 먹고 나서는 상당히 많이 신이 났던 걸로 기억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취했던 것 같다. 사실 모든 여행지에서 술을 마시긴 했다. 영국에도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먹었고, 마지막 나라인 프라하에서도 코젤을 먹었던 같다.


항상 취해있었겠지만, 이 날은 맥주에 취했다기보다 분위기에 취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한 잔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그렇게 신나서 날뛴 걸 보면

스트라스부르 기념품 상점의 장난감들. 너네도 잊지 않을게

신이 나서 날뛰고 있는 나의 눈에 들어온 기념품 가게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지출에 상당히 소극적인 나였기에 기념품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들은 조금 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다. 나중에는 이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이렇게 스트라스부르의 당일치기 여행은 끝이 난다. 나는 보통 여행 갔던 곳들을 기록하면서 느낀 점들을 많이 적는 편인데, 사실 스트라스부르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스트라스부르의 기억도 그저 좋게 남아있는것 같다.


런던, 파리, 로마와 같이 유명한 도시들에 도착하면 꼭 가야 하는 곳들이 정말 많이 있다. 그래서 트리플 어플에도 빡빡하게 일정을 채우고 그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곤 했다. 사실 런던에서 타워브리지를, 파리에서 에펠탑을 안 보고 올 수는 없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을 짜는 건 당연했다. 그러한 어쩔 수 없는 일정안에서 약간씩은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던 스트라스부르를 좋아했나보다. 또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글로 남기면서 두 번의 행복을 느끼고 있나 보다. 사랑한다. 스트라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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