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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6시간전

푸른 산호초 (青い珊瑚礁)

내 인생의 노래 (17) - 뉴진스 하니를 통해 마츠다세이코를 생각하다

뉴진스가 일본 팬미팅 형식으로 6월 26-27일 도쿄돔에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이틀간 10만 명에 육박하는 팬들이 콘서트를 보러 왔고, 일부 관객 중에는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 자리의 티켓을 사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정작 나는 집에 tv가 없어 뉴진스가 도쿄돔에서 공연한 것도 몰랐다. 지난주 우연히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회사 여직원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찾아보니, 뉴진스의 첫 일본 콘서트 이후 sns 등을 통해 그야말로 난리가 난 모양이다. 폭발적인 화제의 중심에는 바로 이 노래 <푸른 산호초>가 있었다.

자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피할 일도 아니지만, 나는 뉴진스 멤버가 총 다섯 명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맞다이’, ‘개저씨’ 등으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케이팝의 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심초사하긴 했어도, 정작 뉴진스의 히트곡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돌 알못’ 아재로서 뉴진스의 이번 도쿄돔 공연 직캠 영상들을 보다 보니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밀려오는 뭉클함의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일본 최고의 전설적인 아이돌 마츠다세이코(松田聖子)가 80년대 초반에 불러 빅히트한 <푸른 산호초>를 하니가 솔로로 부른 영상이었다. 딱히 마츠다세이코의 팬도 아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울컥함이 올라왔다.

https://youtu.be/RrprKy1eDvI?si=H1MPvXdIgN13WiD_

일부러 찾아서 들었던 적은 별로 없지만, 이 노래는 내가 처음 도쿄로 일본어 연수를 왔던 1993년 이후 어디선가 언제든지 시나브로 흘러나오는 노래 중 하나였다. 일본 내에서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여겨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일본의 최전성기였던 80년대 버블경제시대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 노래 <푸른 산호초>를 뉴진스의 하니가 헤어스타일이나 복장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완벽히 재현해 냈다고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콘서트 영상을 보면서 향수에 젖어 눈시울 적실 아저씨들 꽤 있으리라.

https://youtu.be/mrgApjHbRLw?si=hthLttRokQXhXlMu


마츠다세이코는 직업이 아이돌이라고 할 만큼 10대 후반에 데뷔한 이후 40년 이상 일본 아이돌계의 레전드로 군림해 왔고, 단순한 연예인을 넘어 일본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 외에도 수많은 스캔들과 염문설이 따라다녔고, 그로 인해 때로는 마성의 팜므파탈처럼 인식된 적도 있었지만 일본 국민들에게 미움보다는 사랑을 훨씬 많이 받고 있는 가수이다. 몇 년 전 외동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청천벽력 같은 슬픔을 겪었을 때 인간적으로 그녀가 너무 가여워 그녀의 흐느끼는 장면을 하염없이 돌려보기도 했다. 내가 지켜봐 온 마츠다세이코는 사랑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해 온 외로운 사람이지만, 단장지애(斷腸之哀)의 아픔을 겪고도 몇 달 후 디너쇼로 복귀할 만큼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감히 알 것 같다. 그녀의 마음속 깊이 흐르고 있을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의 강을. 누가 봐도 최고를 누려왔고 어디서나 최고의 대접을 받아온 그녀의 마음속에 뻥 뚫린 그 구멍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지니고 살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그 허망한 외로움을,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우울한 그 어둠의 그림자를 말이다. 하니가 도쿄돔 공연에서 솔로로 부른 이 노래 <푸른 산호초>에 열광하는 일본 관객들을 보면서, 생뚱맞지만 내 멋대로 마츠다세이코의 삶이 떠 올랐다. 아마 그녀의 딸 사야카도 하늘에서 이 영상을 봤다면 벅찬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사족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마츠다세이코의 노래가 내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이 노래 <푸른 산호초> 외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한 곡 더 있다 - <赤い靴の バレリーナ, 붉은 슈즈의 발레리나>. 오랜만에 이 노래도 들으며 아련함에 젖어본다.

https://youtu.be/XXOGj_dFG28?si=bhrEkdx8VUL1rU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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