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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 AND ONLY IF Feb 03. 2020

윤하가 돌아왔다.

자세를 바로잡다, 'MINDSET' 시리즈 리뷰

작년 7월 2일과 올해 1월 6일, 윤하는 두 장의 연작 미니앨범 <STABLE MINDSET>과 <UNSTABLE MINDSET>을 발매했다. 각 앨범에는 윤하의 자작곡이 1곡씩 실려 있는데, 대다수 곡에 작사 및 작곡으로 참여했던 전작, 5집 <RescuE>와는 비교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목소리 자체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보컬리스트로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 납득이 갔다. 

연작 앨범답게, 각 앨범에 수록된 5개의 곡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트랙의 순서대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각 트랙들을 살펴보며, 안정과 불안정, 상반된 테마를 통해 윤하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앨범 커버와 포토북 각 사진들의 구도를 통일했다.


<S> <STABLE MINDSET> 수록곡, <U>는 <UNSTABLE MINDSET> 수록곡을 의미한다.


<S> #1. 사계 - 왈츠풍의 곡이다. 원래는 잘 손이 가지 않는 곡이었지만,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이 곡을 듣고 한동안 반복 재생했던 기억이 있다. 산뜻하게 앨범을 여는 데 손색없는 곡.


<U> #1. WINTER FLOWER(Feat.RM) - 방탄소년단의 RM과 함께 작업한 곡으로, 청량한 목소리와 중저음의 래핑이 균형 있게 어우러졌다. 곡의 분위기에서 어떤 결의와도 같은 것이 느껴진다. 여유롭고 느긋한 매력이 있었던 '사계' 와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상당한 고음이 자주 등장하며 보컬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듯하다. 덤으로,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오르며 국내 여성 솔로 가수로서는 최초의 타이틀을 갖게 해 준 곡이 되었다. 


<S> #2. Lonely - 도입부의 피아노가 떨어지는 빗방울을 연상케 한다. 곡 전반에 깔려 있는 피아노 선율이 정말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STABLE MINDSET>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처음 들을 때는 피아노 선율에 반하고, 계속 듣다 보면 후렴에 등장하는 베이스 라인에 빠져들게 된다. 보컬 역시 곡 특유의 그루브를 깔끔하게 살려내면서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U> #3. 다음에 봐 - 3번 트랙이지만 전작의 2번 트랙과 매치된다. <UNSTABLE MINDSET>에서 유일한 윤하의 자작곡이다. 'Lonely'와 마찬가지로 피아노로 시작한다. 담담한 감성을 노래하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1번 트랙 'WINTER FLOWER'와 2번 트랙 '먹구름'에 비해 힘을 빼고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다.


<S> #3. 비가 내리는 날에는 - 피아노 음 하나와 뒤이어 나오는 목소리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1절에서는 피아노를 주축으로 한 반주와 섬세한 목소리가 이루는 은은한 조화가 인상적이고, 2절에서는 고조되는 감정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힘 있게 표현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눈에 띈다. 얼핏 듣기에는 흔한 발라드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점들이 곡을 식상하지 않게 만든다. 수많은 '양산형 발라드'가 차트를 점령한 와중에도, 오랜만에 윤하의 곡들 중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 있었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를 생각해줘요'라는 가사는, '우산', '빗소리', '소나기' 등 비와 관련된 여러 명곡을 보유한 윤하에게 특히나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_rE49GR6ULo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반주 라이브 - 2019.9.26 서강대 가을축제 중(출처 : 유튜브 채널 씨게이트)


<U> #2. 먹구름 - '비가 내리는 날에는'의 뒤를 잇는 곡으로 '먹구름'을 선택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먹구름 뒤에 비가 내리지만 뒤바뀐 순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순서로 살고 있는 화자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윤하는 이번 앨범을 이렇게 소개했다. 시간적 기준에서 보자면 순서가 뒤바뀐 이 두 타이틀곡처럼, 안정과 불안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과정은 보편의 잣대로 따지지 못할 저마다의 순서를 갖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닐까.

곡의 분위기는 많은 팬들이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꼽는 4집 <Supersonic>의 '소나기'와 닮아있다.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 #4. 어려운 일 - <STABLE MINDSET>에서는 특별히 피아노가 자주 들린다.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피아노가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별을 '어려운 일'에 빗대어 표현한 발라드 곡.


<U> #4. 스무살 어느 날 - 곡의 제목처럼, 스무 살 어느 날을 회상하는 아련한 감성이 좋다. 통통 튀는 듯한 음색으로 갈아입은 보컬의 결이 아련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다. 이별하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마냥 어렵다고 말하는 '어려운 일'과 비교되는 점은, 1절과 2절에서 각각 '지금'과 '그때'를 대조하며 어쩌면 다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S> #5. Rainy Night - <STABLE MINDSET> 유일의 자작곡이다. 오직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눅눅하고 어두운, 하염없이 침잠하는 특유의 감성이 일품이다. 제목처럼, '비가 오는 밤'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한다. 자작곡이라 그런지, 음색이 마치 곡의 분위기에 맞추어 완벽하게 설계된 듯하다. 윤하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새삼 느끼게 된 곡.


<U> #5. 26 - '이륙'이라 읽는다. 질주하는 사운드와 청량한 목소리가 '혜성'과 같은 곡들을 떠올리게끔 한다. 'Rainy Night'과는 정반대의 문법으로 같은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다. 'Rainy Night'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매몰되며 나타나는 상실감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면, '26'은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한 듯 이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옭아매던 짐을 내려놓고 비행을 준비하는 태도를, 진지하지만 경쾌하게 노래하고 있다. '들뜬 마음과 우울까지' 모두 뒤로 하고 떠나겠다는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윤하는 <STABLE MINDSET>을 내놓으며 '내가 알던 윤하네'라는 반응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정말 그랬다. 상당히 회복된 목소리가 그랬고, 음악으로 보여준 특유의 감성이 그랬으며, 무엇보다도 한결 가벼워진 듯한 그 모습이 그랬다. <UNSTABLE MINDSET> 역시 전작의 연장선으로서 시리즈를 완성시키며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해냈다. 

'자세를 바로잡다'라는 의미의 앨범 이름처럼, 안정과 불안정을 오가더라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그리고 의지가 이 '마인드셋' 시리즈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가수로서의 복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흔들리던 시기를 직시하고 중심을 되찾아 온, '윤하' 로서의 복귀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저번 5집을 준비하며 길어졌던 5년간의 공백기와 슬럼프, 그 시기 동안 겪어야 했던 여러 곡절. 결국 앨범을 발표했음에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반응.. 이 모든 것들을 지나 다다른 '마인드셋' 시리즈는 결론이 아니다. 차라리 이 두 장의 미니앨범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비밀번호 486', '혜성' 등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전성기를 뒤로하고, 앞으로 제2의 전성기가 펼쳐지기를, 그리고 이번 앨범이 그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상징적인 작품이 되기를, 윤하의 팬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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