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야 막내딸.

by 주디의 작은 방

그러게 말이야. 이런 시간이 이렇게 당황스럽게 빨리 오게 될 줄 알았다면 나는 좀 더 엄마를 사랑해 줄 것을. 엄마 곁에 더 오래 있을 것을 그랬어. 물론 엄마도 싫었겠지. 내가 지금까지 결혼도 안 하고 엄마 곁에 있었다면 서로 진절머리 냈을 테지. 엄마에게 있는 세명의 아이중 나는 막내. 엄마의 막내딸로 태어났지. 엄마 아빠가 늘 그렇게 얘기했던 이 세상에 없을 아이가 나왔다. 막내딸 낳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래. 맞아. 그랬었지. 지금 까지도 그랬었지.

알지? 나 마마걸이었던 거. 그래서 친구들이 놀렸던 거. 그리고 지금도... 마마걸인 거.

엄마가 보고 싶어서 매일 갔던 거. 결혼을 해서도 엄마를 놓지 못했던 거. 애써 엄마를 놓고 싶었지만 그래도 붙잡았던 거. 엄마도 나를 놓지 못한 거. 탯줄은 끊겨지만 영혼의 탯줄은 놓지 못하는 엄마와 나. 그거 모르긴 몰라도 엄마랑 나는 알잖아. 그치?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우습다. 그런데 이제... 조금 놓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네. 엄마 곁에는 아빠도 있고 언니랑 오빠도 있잖아. 그리고 알아. 내가 막내라 막내처럼 굴어서 좀 더 손이 가니까. 마음이 가니까. 그랬던 거.

엄마한테는 죽으나 사나 엄마를 책임지는 아빠도 있고 똑같은 자식인 언니랑 오빠도 있는 거 이제 알아. 사실 몰랐어.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엄마한테 만큼은. 나랑 엄마의 관계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고 끼어들 수 없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둘이라고 생각했어. 내 엄마니까. 기억나진 않지만 창피하지만 오랫동안 엄마 젖을 먹었던 기억 속에 없던 기억 때문일까?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게 좋았어.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엄마가 내 딸 같고 어린아이 같고 항상 그랬던 것 같아. 엄마는 내가 보호해 줘야 할 사람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아무런 전후사정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었어. 내가 보호해 줘야 할 사람.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왜 그랬을까. 도대체... 이것 또한 미성숙한 나이기에 그랬었겠지.

엄마는 독한 면이 없잖아. 물론 화를 낼 때는 있지. 화를 낼 때조차 엄마는 화난 사람 같지가 않잖아.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그래서 엄마가 좋았나 봐.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니까. 편하니까. 화내는 거 조차도 화내는 것 같지 않으니까. 엄마가 좋았어. 지금도 그래.

엄마는 표독스러운 면이 없어. 그것도 좋아. 가족이던 남이던 그런 사람들 있잖아. 자기가 항상 위에 있어야 하고 잘났고 덧붙여 표독스러움까지 겸비한. 그런데 엄마는 그런 면이 전혀 없는 사람이야. 그냥 좋은 사람. 순한 사람. 그래서 내가 엄마를 좋아하나 봐. 좀. 때로는. 어쩌다가는 그렇게 잠시잠깐이라도 살아보지. 그냥 보통의 다른 인간들처럼. 때로는 말이야.

나 지금도 너무 간 것 같아. 엄마는 재활을 끝내면 예전 엄마처럼 건강히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고 그 시간도 엄청 짧고 예전의 엄마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 봐. 그새를 못 참고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엄마한테 매달리고 보고 싶어 하잖아. 이것도 정말 병이다 병. 어쩜 좋아. 나를. 그리고 엄마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