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실 무서웠어. 많이. 엄마는 정말 무서웠지? 대단해. 그리고 엄마가 자랑스러워. 너무 잘 이겨내줘서. 감사해. 정말로. 기도했어. 울었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소리 질렀어.
"왜, 왜 도대체 왜.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돌이켜 줘. 우리 엄마는 잘못한 게 없어. 엄마를 살려줘."
일평생 입원 한번 하지 않았었잖아. 언제나처럼 아빠랑 하루 두 번 산책도 하고 나랑 김서방이랑 우리 아이들이랑 엄마 아프기 한 달 전에 같이 제주도도 다녀왔잖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래도 차려야 했어. 난 엄마를 살려야 했거든. 건강했던 엄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냈어야 했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쓰러질 수 없었어. 너무 무서웠지만 대담한 척해야 했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줘야 했고 누군가에게는 온 힘을 다해 빌어야 했고 누군가 하고는 싸워야 했어. 그 모든 것이 며칠 몇 주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엄마.
나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나 어디에서 쵸코렛이나 사탕이라도 받아올라치면 절대 먹지 않았던 거 알지. 엄마한테 주려고. 그러면 엄마는 왜 안 먹었냐고 너 먹으라고 그러면서도 엄마 엄청 좋아했잖아. 내 손에 꼭 쥔 사탕이 엄마에게 건네질 때면 난 내가 가진 전부를 엄마에게 준거라 착각했어. 그만큼 좋았어. 엄마의 웃는 모습이 왜 내 마음엔 따뜻한 위안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뒤 이어지는 엄마와의 이야기보따리 시간이 더 기다려졌는지도 몰라. 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일일이 얘기해 주고 엄마는 내가 하는 얘기를 들으며 이미 내 옆에 같이 있던 사람이 되었잖아. 우리는 그렇게 마주 보고 앉아 웃고 떠들고 속삭였잖아. 내가 주는 사탕을 받고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 낙이었거든. 엄마가 웃는 게 좋았어. 그냥. 그냥 그게 좋았어.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내게 사탕을 주면 그렇게 좋았어. 난 절대 먹지 않고 엄마에게 가져다 줄 그 시간만을 기다렸으니까.
갑자기 그렇게 아프면 어떻게 해. 난 전혀 예상할 수도 준비하지도 않았단 말이야. 그러면 반칙이지. 그리고 왜. 그렇게 아프면서도 자기 몸보다 손주들을 더 챙겨. 엄마보다 몇 배는 키랑 덩치가 더 커져버렸는데. 이젠 엄마 손에서 목욕시키던 작은 아기들이 아니라 나 보다도 훨씬 더 큰 청소년 들인데. 병원에 입원직전 내 눈에 들켜버린 엄마의 모성애가 나를 더 힘들게 했어. 본인 몸도 가누기 힘들었을 텐데 잘 자고 있는 애들 감기 걸릴까 봐 그 와중에 이불은 왜 잘 덮어주는 건데. 엄마 일부러 그랬지. 나 더 힘들게 하려고. 그 모습 보고 나 더 죄책감 느끼게 하려고. 아니야. 미안해. 엄마는 내가 그런 엄마를 보는 줄도 몰랐어. 나만 봤어. 나만 봤다고.
그래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 얼마나 힘들었는데.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평소 연락하지 않던 삼촌들 전화번호를 찾고 망설이며 전화를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촌언니한테 상황설명을 했어. 위로를 받고 같이 기도해 주시고 엄마를 위해 모두들 하나 된 마음으로 기도해 주었고 아빠와 언니와 오빠와 나는 그리고 가족들은 빌었지.
"엄마가 깨어나게 해 주세요."
"수술이 잘 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엄마 힘내. 엄마는 할 수 있어. 엄마는 강한 사람이잖아."
모두의 바람대로 엄마는 깨어났고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엄마는 누구보다 강하게 이겨냈어. 엄마를 칭찬해. 그리고 감사해. 언제까지나.
엄마는 엄마이기에 어쩔 수 없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렇게 잘하고 계시고. 원더우먼처럼 그 연세에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잖아. 가족 모두의 기도가 일평생 남에게 해는커녕 선한 마음으로 살아온 엄마에게 닿은 거야. 누구보다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온 당신 엄마에게 통한 거야. 그거 다 엄마 복이라고.
아빠를 잘 만난 복. 삼 남매를 온 힘을 다해 정성껏 키운 복. 삼 남매의 여섯 손주를 온몸으로 하나같이 키워낸 복. 이 모든 게 엄마가 선한 마음으로 일평생을 살아온 복이라고.
고마워. 엄마. 엄마가 내 엄마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