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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숙 Mar 11. 2021

처음은 어설픈 것

아이는 자전거 타기에 푹 빠졌다. 보조 바퀴가 달린, 오렌지 색 자전거를 타고 달그락달그락 달린다. 앞쪽 바구니에 챙긴 팽이, 물, 간식, 작은 인형이 함께 흔들린다. 이상하게 중심이 기우뚱한 것 같고 어설퍼 보이는 이 자전거. 우리의 ‘욕, 땀, 눈물’이 담긴 백 퍼센트 순수 조립으로 탄생했다.



중국에서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찾기란 어려웠다. 보조 바퀴가 있는 디자인은 크기가 작았고, 아이 몸집에 잘 맞는다 싶으면 보조 바퀴가 없는 꼴이었다. 이거다 싶으면 가격이 비쌌다. 안 되는 중국말로 물어보고, 고르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대륙의 쇼핑몰이라는 <타오바오>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한국 돈으로 약 4만 원 정도인 자전거를 산 것이다. 아이는 자전거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 아이는 이미 자전거를 타고 나갈 기세였다. ‘응? 생각보다 왜 이렇게 작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중국어로 빼곡히 쓰인 설명서와 부품들로 가득했다. 셀프 조립이라니! 가구도 아닌 자전거를 조립하게 될 줄이야.

밤 열 시에 퇴근한 남편과 함께 도전하기 시작했다. 설명서 내용을 찍어 번역기 앱에 돌리고 또 돌렸다. 우리의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새 한 시간이 지났다. 그는 바지도 벗고 팬티 바람으로, 자전거 조립에 몰두했다. 마지막 브레이크가 문제였다. 설명서 그림은 아주 얄미울 정도로 간단했다. 여러 번의 착오를 거쳐, 나지막한 욕과 함께 자전거는 완성되었다.



 아이는 이 자전거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힘들게 조립하는 과정을 보아서일까. 연습용으로 타다가, 튼튼한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하자 아이는 펄쩍 뛰었다. 절대 버리지 말란다.




친정엄마에게 자전거 타는 아이 사진을 보냈더니, 대뜸 내 계좌로 거금이 입금되었다. “첫 자전거는 좋은 것으로 사줘야지!” 한국에서부터 잔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눈썰미에 놀라며, 멋있고 튼튼한 두 번째 자전거를 사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보조 바퀴 없이도 신나게 탈 그 날을 위해, 열심히 훈련시키는 중이다. 물론 ‘자전거 지원금’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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