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두영 Aug 26. 2019

GYE

출장 중 현금은 반드시 챙겨가는 준비물 중 하나다. 남미 공항 내 레스토랑 카드 단말기가 고장 나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있고 여기저기 팁을 줘야 하는 일도 많지만 무엇보다 대부분 공항에서 호텔까지 혹은 호텔에서 공항까지 드는 택시 비용에 현금을 가장 많이 쓰게 된다.

그런데 작년부터 회사 출장 중 현금을 쓰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우버 때문이다. 비행기는 기계 결함으로 8시간씩 딜레이 되고 공항 내 레스토랑 카드 단말기는 고장이 나도 우버는 ‘ON TIME’이다.


지난주 산토 도밍고에서 새벽 3시에 이용한 우버 택시 기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기사가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온다. 이게 무슨 소리야 구글 번역기 돌려보는데 택시기사가 왜 빨리 대답 안 하냐며 물음표까지 연거푸 보내온다. 날 힘들게 재촉하는 거 이런 거 좋다. 특히 남미에서는 더더욱 반갑다.

구글 번역기로 지금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스페인어로 바꿔서 대답해 준다. 몇 초 안돼서 특유의 느낌표 앞뒤로 붙은 단어가 온다. 너무 반갑다.

그런데 도착한 차가 닛산 마치. 이것은 기아 모닝만 한 경차. 이민 가방 두 개가 트렁크에 들어갈 리가 없다. 결국 가방 하나는 뒷좌석에 싣고 출발한다. 이런들 어떠리. 남미에서 우버는 ‘ON TIME’이고 현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호텔에 일반 택시를 이용하면 얼마냐 물었더니 40불 나온다고 했지만 우버를 이용하면 20불. 심지어 가격도 반값이다.

물론 우버를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었으니 자메이카다. 앱을 켜고 공항까지 픽업을 요청했는데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고 친절하게 뜬다. 자메이카는 왜 우버가 진입하지 못했나? 택시기사들이 반대했나?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미열이 있고 콧물이 나오고 목이 따끔거려 종합감기약을 꺼내 먹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했을 때 외교부로부터 우리 국민 중에 지카 바이어스 감염 확정 판정받은 사람이 있다는 문자를 받은 기억이 있어 더 열심히 약을 먹었다. 보통 출장 중 주말을 맞이하면 양말이나 속옷 등을 손빨래하고 이민가방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번 주는 그냥 약에 취해 잤다.

출장 둘째 주가 시작되고 있다. 여기는 지구의 한가운데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과야킬.

매거진의 이전글 KI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