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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영 Sep 12. 2019

SJO

“한국은 이번 주가 추석이에요. 이 나라 사람들은 묘소에 자주 가나요?”

이번 출장의 마지막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이어 회사 수입 부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글쎄요 2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해요.”

우리는 1년에 많게는 두어 번은 묘소에 가게 된다고 했더니 담당자가 말했다.

“죽은 사람의 무덤을 찾아가는 건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보통 가족끼리 갈 텐데 부담될 일 없지 않냐도 물어봤다.

“가족끼리 묘소에 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가게 되면 보통 혼자 갑니다.”

코스타리카 바이어는 우리 회사의 첫 번째 바이어다. 이 바이어 회사와 거래한지는 햇수로는 3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앞서 볼리비아 포스팅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십여 년 전 바이어는 당뇨 합병증으로 57세의 나이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세상을 떠났고 현재는 그의 두 아들이 회사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코스타리카에 올 때마다 묘소에 가보고 싶어 하시지만, 세상을 떠난 바이어의 큰 아들이 정색하면서 싫어한다. 한 번만 더 가보고 싶어 하시는데, 묘소 얘기는 입 밖에도 내지 말라는 식이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방식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왜 우리 사장님은 세상을 떠난 바이어의 무덤을 가고 싶어 하셔도 못 가시게 된 걸까? 묘소 주소를 물어 개인적으로 방문할까 생각도 했지만, 주소를 묻기도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이런저런 이유로 묘소를 못 찾게 되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왜 묘소 방문이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몇 년 전인가 어느 통계자료에서 코스타리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뽑힌 걸로 기억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무덤을 잘 안 찾는 것이 행복지수를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는 걸까?


여기는 코스타리카 산호세.


P.S 이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지금까지 <출장으로 떠나는 남미 여행>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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