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이 고통이 너무 괴롭다면, 해주고 싶은 말.
회사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에 나의 마음은 저 멀리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명상을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에서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그렇게 오래 했었음에도 나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의 결과는 어떻지? 한 번의 아픔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이렇게 평생 최선을 다했는데, 완벽한 건강도, 직업도, 돈도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을까?'
이것은 생각이 아닌 완전한 팩트였다. 나는 이 팩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 나이는 올해 40살이 된다. 나이가 주는 굴레와, 계속된 실패와 좌절 앞에서 나는 내 마음의 끊을 확 놓아버렸다.
이것이 온전한 무기력이었다.
문제는 무기력이 짝꿍을 데리고 왔다. 우울증이다.
밥을 삼키기가 어려웠다. 소파에서 한발 자국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갈 수가 없었다. 신발장에 신발을 신으러 가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몸을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아서 밤이면 불면증이 나를 괴롭혔다. 잠이 드는 과정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런 고통스러운 나날들로 내 몸에 갈비뼈는 앙상하게 드러나고, 온몸이 저항하듯이 '나는 열심히 안 살 거야. 막살 거라고' 하는 통에 취업자리는 1도 알아보지 못했다.
몇 년 동안 미라클 모닝을 한다며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일이, 지금은 9시면 눈이 떠졌다. 더 이상 일찍 일어나 열심히 살고 싶지 않으니까... 가끔 새벽 겨울바람보다 더 날카롭고 시린 감정이 나를 덮치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감정의 파도가 덮치듯 나를 덮쳤고, 그런 일이 자주, 아니 거의 매일 있다시피 했다. 그런 감정이 들고나면 영락없이 '짠' 하고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남자친구와 고양이 키키는 내가 어디 숨어서 울기라도 할까 봐. 항상 옆에서 나를 지켜보았다. 내가 몰래 울기라도 하면 나를 귀신같이 발견해서 넓고 보드라운 가슴을 내주었다. 키키는 가슴대신 폭신한 등을 내주었지만. 그래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고, 불면증으로 또 괴로운 밤잠을 보내던 중이었다. 내 생각을 아무리 숨으로 보내고, 현재로 돌려도 이유 없는 감정은 나를 또 괴롭게 했다. 몇 시간을 뒤척이다 누어서 깨어있는 의식과 함께 명상을 시작했다.
생각이 점점 희미해져 갈 쯤이었다.
아주 명확하고 또렷한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안의 신: 네가 만약 8년 전으로 돌아가 이 병을 앓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너는 이 병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너무도 무섭게도, 나는 이 대답에 대한 답이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 아니...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병에 걸리는 걸 선택할 거야. 병 덕분에 나와 아주 깊이 대화하기 시작했거든, 처음으로 세상에 '아니'라는 말도 해봤어.
알아. 이렇게 살다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걸.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냥 죽음을 선택해도 되는데, 계속 고통을 안고 사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하지만 두려움에 싸우는 법도 알았고 명상으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았거든. 아프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음식만 주면서 평생 나를 아끼는 방법도 알았고, 내면아이를 통해 진정한 자기 치유와 성장의 길도 걸었어. 그리고 온통 세상의 기적과 축복 속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았지. 진정한 사랑이 뭔지도 아프고 나서 배웠어.
내가 먹는 평범한 음식, 이렇게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것... 아마 평생 몰랐을 거야. 평생 깨어나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만 하다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나는 죽었겠지.'
'내 안의 신: 그럼 지금의 고통도 이유가 있을 거야. 네가 꼭 알아야 하는 일이거든'
내면의 내가 그렇게 대답을 한 이후에 나는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내가 꼭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는 고통이라고 믿으며 고통을 가로질러가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가로지르는 일을 고통을 정면으로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술의 도움이 필요했다. 괜한 괜찮은 척 말고 다 게워내는 작업이 필요했으니까. 술은 감정으로 만든 액체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아래 또 바닥이 있었다. 그럼 그 바닥으로 또 들어갔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바닥을 찍고 지금은 올라가는 중이라는 걸.
그래서 지금은 우주를 믿고 다시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중이라 더 많은 헤엄이 필요하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