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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Jan 31. 2023

술을 왜 마시는지 관찰해 보기

마음 챙김으로 절주 하기 D176

고백컨데 176일에서 나의 도전이 중단되는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기억이 다 나다가 안심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마음을 놓아버리는 순간부터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제 친구랑 술을 마시고 긴장하면서 우버를 타고 딱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가 기억이 안 난다. 집에서 남자친구와 했던 말들, 행동이 기억이 안 난다. 


나의 기억에는 긴장, 그리고 편안함 이 두 가지가 나의 기억을 관장하는 거 같다.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순간을 관찰해 봤다. 물론 기분이 좋아서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 한잔 두 잔 더 들어가긴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경계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케이스도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새로운 사람들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낯가림을 동시에 한다. 이 어색함을 무마해 버리기 위해 나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럼 긴장도가 내려가서 조금은 느슨해지니까.


그렇다면 나는 긴장도가 높은 사람인 것일까?


생각해 보니 주중에는 점심도 바나나 하나정도로만 해결할 정도로 일을 집중해서 한다.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하나라도 잘하고 싶어서 주중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러니 금요일 일이 딱 끝나자마자 맥주부터 찾는다.


이렇게 질문을 다섯 번 정도하고 나니 나는 맥주를 마시는 것이 평일에 대한 긴장도를 낮추고 보상심리에서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인으로 살아온 나니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불금이라는 단어는 한국에만 있는 단어니까. 호주인들은 매사 삶을 느슨하고 여유 있게 살아간다. 


그럼 내가 초반부터 완전히 취할 때는 언제일까. 그건 그 술자리가 처음부터 편안사람들, 안전한 장소에서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잔을 먹어도 취기가 올라온다.

나를 관찰할거라옹

나를 알아가고 관찰하는 것은 참 재미있다. 

그렇담 나는 너무 편안하게 마셔서도 안되고 긴장을 낮추기 위해 마셔서도 안된다. 보상으로 마시니 들이붓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담 정말로 맛을 찬찬히 음미하고 기분을 더 관찰해야겠다. 


하지만 역시나 오늘 아침에 기억이 안나는 부분은 자기 혐오감으로 나를 괴롭게 한다.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잡아야겠다. 


오늘 176일, 내일은 177일. 다시 도전을 이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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