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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Feb 20. 2023

남을 돕는 건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돈으로 사람들 돕는 건 너무 쉬워요.

나는 여태까지 남을 돕는다는 개념은 돈을 기부해서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거나 소위 말하는 겨울철 연탄 나르기를 해야지만 사람들을 돕는 줄 알았다. 


내 마음속 깊은 구석에서는 20살 때부터 언젠가 마흔 즈음에 내 일이 자리 잡히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것도 내가 잘하는 일로. 내가 경제적으로 성공한다면 그것이 돈이 될 것이고, 아직도 건강한 신체를 지녔다면 겨울철 연탄 나르기를 실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내가 잘하는 일로 자리 잡지도 못했고, 건강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체력관리를 해야 하고, 여전히 내 사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매일 생각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4년째 남을 돕고 있다. 그것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앞에서 많이 언급했지만 나는 불치병을 가지고 있다. 워낙 희귀한 병이다 보니 정보가 너무 없고 약물 치료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에서 치료를 하다 말고 호주로 다시 건너왔다. 다. 행. 이. 도. 호주나 서양권 나라에서는 그나마 아주 희귀한 질병은 아니어서 병원 약물실험에 참가하는 동안 나는 병원으로부터 식단, 약물, 지침서 등등의 자료를 다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이 병을 이겨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으므로, 이 모든 자료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나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자료를 공개하자마자 반응이 좋았다. 너무도 자료가 없는 한국분들은 내 블로그를 보면서 정보를 많이 얻어갔고 호전된 분들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블로그를 운영한 지 2년 차가 되는 날 현타가 한 번은 심하게 온 적이 있다.


병 때문에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자궁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대로 두면 암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수술을 준비하던 때였다. 호주에서 맞닿드린 이 상황은, 누구한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내가 부모님께 말씀드린들 타국에 있는 부모님은 걱정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그 무서운 기분을 감당하고 있을 때 블로그 글을 보니 더 마음이 힘들고 눈물이 주르륵 났다. 겨우 힘든 과정을 이겨냈는데 또다시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해야만 했다. 블로그를 접어야겠다고 마음먹던 중 마침 나와 같이 일하는 클라이언트 대표님께서 영상통화를 주셨다.


나는 병원에서 받아야 하는 게 적잖게 당황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전후사정을 다 설명드렸다. 그리고 블로그 이야기도 함께. 그랬더니 촌철살인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지금도 인두로 지지는 그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돈으로 기부하는 건 너무 쉬워요. 부자들은 모두 하고 있는데 그건 자기만족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 클라이언트분은 13개 브랜드를 만든 우리나라에서는 신화적인 분과 같았기 때문에 부. 자.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었다.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시는 다정한 분이셨는데 나에게 그런 조언을 해주신 것이다.


'그러니까 하쿠 님은 지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처럼 꾸준히 사람들을 도우면 돼요'


그 말에 정말 큰 힘을 얻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처음엔 댓글을 읽을 때 아팠을 때 기억이 나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때문에 내 아픔도 치료되고 있음을. 우리는 서로를 돕고 있는 게 아닐까?


이와 같은 방식과 마찬가지로 나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바로 해외 디자이너 취업에 대한 무료 상담이다. 나는 호주에 영어도 못하는 상태로 와서 이력서 1000번을 지원하며 혼자서 터득한 스킬이 있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영어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등 그 노하우를 해외 취업준비를 하며 불안을 떨고 있을 누군가, 혹은 해외에서 취업이 안 되는 누군가를 무료상담을 통해 돕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약자면 누구나 가능하고 돈이 없이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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