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
내가 가진 1인 스튜디오는 내가 영민하게 시장을 분석하거나 나의 클라이언트를 잘 분석하지 못한 탓에 디자인을 해서 수입을 얻어도 겨우 살아가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났고 잦은 현타와 번아웃까지 찾아오면서 모든 것을 쏟았던 나는 나의 사업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난 올해 1월 이후 간단한 휴식기를 갖고 나는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포트폴리오 상담까지 해줄 정도로 내 포트폴리오에는 자신 있었던 나였지만 그 흔한 서류심사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알고 보니 현재 시장은 역대급 경쟁률을 가지고 있었던 것(!) 링트인에서는 지원자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기본이 100명, 인기 있는 직군은 200명이 넘는다.
이 많은 지원자가 서류를 지원하는데 당연히 내 차례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뜨문뜨문 연락이 오긴은 하지만 면접으로 이어질 때도 있었고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런 기간이 오래될수록 나는 점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까? 점점 경제적으로 문제가 오자 접시닦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원했지만 접시닦이마저도 '경력자'를 구하고 있는 상황.
네 달이 넘어가자 마음에 병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명상을 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조건에 따라 내 인생이 바뀌는 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런 조건들은 다 한때라고 진정으로 변하지 않는 나를 꽉 붙잡고 살라고.
나는 그때마다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의 같은 구절을 매일. 매일. 읽으며 명상을 했다.
그 책은 끌어당김의 법칙 즉 시크릿의 비밀구절이 나와있는데(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 실화다) 짐이 심상화로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이루게 된 진짜 '마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책을 한번 읽고 만다.
나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하고 싶은 걸 이루는 방법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려줬는데 하는 사람은 극소수니까. 궁금하시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이 책은 나의 인생책이라 전자책만 읽는 나도 물성으로 된 책으로(영어, 한글 두 가지 다)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네 달이 넘어가던 시점부터 나는 심상화를 시작했다. 나의 심상화 조건은 이것들이었다.
1. 내가 좋아하는 그라운드에서 일할 것, 브랜딩이나 패션 쪽 같은 곳.
2. 지긋지긋한 디자인 테스트를 안 보는 곳
3. 좋아하는 걸보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4. 연봉은 내가 원하는 연봉 혹은 그 이상일 것
5. 주 4일제
6. 집에서 40분을 넘지 않는 거리의 직장
나는 이와 같은 심상화를 매일 하루에 두 번 이상 했었는데 내가 입고 있던 옷부터 내가 남자친구한테 하는 말까지 모든 것이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더 디테일을 더해서 심상화를 했다. 심상화는 점점 또렷해져서 실제와 꿈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생생하게 나의 꿈을 그려나갔다.
그동안 나는 많은 인터뷰를 보았다.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 있는 곳들은 대체로 연봉이 억대가 넘거나 일할 환경이 아름다운 스튜디오 같은 곳이지만 면접을 진행할 때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에 패션 매거진에서 대면면접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거기서 아주 멋진 두 명의 Co-Founders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테니스나 야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특정 지점에 맞으면 공이 멀리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영어로 스위트스폿이라고 한다. 나는 그 두 분과 인터뷰할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집에 오는 길엔 이런 생각도 했었다.
'여기에서 날 오늘 고용 안 해도 괜찮아. 와 정말 좋은 인터뷰였어'
그 이후에도 호주에서 아주 유명한 로고 디자인 에이전씨에서도 연락이 왔다. 디지털 에이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 그쪽도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브랜딩을 이해하는 디지털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다. 줌으로 화상 인터뷰를 봤는데 거기에 있던 걸 보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와 이런 사람이랑 일해보고 싶어'
결과는 두 군데에서 모두 연락이 왔다. 패션잡지 회사에서 먼저 오퍼를 진행해서 나는 오퍼를 수락했고 브랜딩 회사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주 4일제라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1. 내가 좋아하는 그라운드에서 일할 것, 브랜딩이나 패션 쪽 같은 곳. (이뤘음)
2. 지긋지긋한 디자인 테스트를 안 보는 곳 (두 군데 다 안 봤음)
3. 좋아하는 걸보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내가 되고 싶은 이상향의 걸보스)
4. 연봉은 내가 원하는 연봉 혹은 그 이상일 것(연봉은 내가 원하는 정도, 프리랜서는 그 이상)
5. 주 4일제 (그게 가능해서 프리랜서일을 할 수 있다)
6. 집에서 40분을 넘지 않는 거리의 직장 (26분 거리)
심상화를 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심상화를 해서 노력을 1도 안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보통 심상화를 하면 비슷한 일이 기적처럼 일어났다. 나는 내가 이렇게 일하게 된 것이 운이 좋아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두 명의 보스가 정말로 내가 닮고 싶고 일하고 싶은 보스였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끌어당겼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그 한 명의 보스와 저녁약속이 있어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보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난 말이야 내가 동양인 백그라운드가 있지만 동양인이랑 사적으로 이렇게 밥 먹는 건 처음이야. 너한테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달까?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져서 말이야.'
당신도 정말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가?
내가 매일 심상화했던 가죽 원피스에 진주귀걸이를 하고 첫 출근하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궁금하다면 여기에서 확인해도 좋다.
호주에서 프리랜서, 오피스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패션 매거진 회사, 브랜딩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