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 무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 Dec 11. 2022

예민함에 대하여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는 주인공의 내면과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행동과 말에 주의를 기울여 서술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행동이 필연적으로 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다방면으로 살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예민해진다.

이제 글을 쓰는 순간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온갖 예민함을 가지고 일상을 마주한다.


예민해진 감각은 외부의 정보에 반응한다.

사소한 말들, 사소한 행동들이 어떤 의미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지나칠 사소한 문제도 기억의 회로망에 걸려서 골몰하게 된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결국 그런 말을 듣게 된다.


그럼 좀 둥글둥글하게 살아볼까?

택도 없다.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는데 뭘 어떻게…


기어 변속을 하듯 글을 쓸 때만 예민해지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털털하고 쿨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계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이건 또 기계를 비하하는 말일까. 다시 골몰하게 된다. 예민해지는 걸까… 휴..)


대처방법은 없을까.

삶을 계속 살아갈 의지처럼 방법이 오기 마련이다.


글을 쓰다 보면 예민해지지만

쉴 때는 좀 더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집필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잠깐 쉴 때도 예민해져 있음을 느낀다.

그때는 일상생활을 할 때 조심하게 된다.

사소한 문제로 골몰할 때도 이건 지금 집필 중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에게 고백한다.

‘제가 요즘 글을 쓰고 있어서 예민합니다.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고백이 낯간지럽고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를 테지만

그래도 이 사실을 알려주면 한결 편해진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요즘 집필 중입니다.”


이런 변명이 반복되다 보면 적절한 대처방법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 그런 사실을 말하기 전에 ‘요즘 집필 중입니다’라고 되뇐다.

먼저 내게 변명을 해 주고 나면

예민함이 좀 더 유연해진 것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교생활이 끝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