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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Nov 24. 2023

아파 누워있는 동안 알아낸 10가지

스쿼트를 하다 허리에서 빅뱅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

엄청난 것이 찌릿하더니 그 찌릿함이 허리 근육을 타고 서서히 퍼졌다.

다행히 3일이 지난 지금 걸어다닐 수는 있게 되었다.

신경외과 한의원을 둘 다 방문한 결과 디스크는 터지지 않았다는 결과.

그건 너무 다행

하지만 꼼짝없이 누워만 있을 수 밖에 없던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생각밖에 없었다.



1. 생각은 사람을 잡아먹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생각 생각

그만하고 싶어도 이놈의 생각은 절대로 끝을 맺는 법이 없다.

어느정도의 생각은 나를 돌아보는데 좋은 도구이기도 하지만 끝없는 생각은 나를 잡아먹는 데 이용된다.

전신마비로 누워만 지내시는 분들의 심정은 어떨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이건 과연 인간이 겪어서 도움이 되는 신이 마련한 기회인가 벌인가?


2. 몸이 아파도 우울증 때 생각하면 별 거 아니다

 몸이 너무 아파도, 몸 아픈거랑 정신적으로 아픈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3. 그럼에도 병원갈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mri는 너무 비싸서 찍지 않았지만, 약을 타올 수 있고 침이라도 맞을 수 있는 작은 돈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4. 언제나 천천히 그리고 내 욕심보다는 더 작게

 할 수 있겠지 싶어 v스쿼트에 5키로 더 꽂은게 화근이었다. 

헬스장에는 울퉁불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보다 나도 할 수 있겠지 라는 욕심이 다치게 만들었다.


5. 언제나 나는 나! 너는 너! 

 이것만 기억하면 자존감 끝판왕 될 수 있다.


6. 이렇게 내 몸에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는 것 

 비록 실수의 결과는 쓰지만 다치면서 나를 새롭게 더 알아간다. 복근이 강해야 허리 다치지 않는다. 복근 중심으로  더 운동하자.


7. 헤어진지 4개월 된 전남친. 한 번도 보고싶지 않았는데 보고싶더라.

 내가 많이 외롭나. 4개월동안 한 번도 보고싶거나 만나고 싶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플 때 챙겨줬던 일들이 떠올라서 너무 슬펐다. 지금 허리가 아파도 당장 달려와줄 사람 하나 없는데, 그래도 그 때 그렇게 날 1순위로 두던 사람이 있었는데 싶었다. 

 마음 속에 아직 이런 마음이 남아있었다니. 어쩌면 잊어버렸다는 말은 나의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연락할까 말까 생각했지만 나의 충동적인 감정이라는 걸 인지하고 참은 내가 승리자)


8. 내가 건강해야 남도 챙길 수 있다.

 언제나 1순위는 나. 다치지 않고, 건강해야 남도 도울 수 있고, 나도 챙길 수 있다. 밥먹는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신세가 되니 나를 챙기려면 내가 건강해야 하고, 돈을 벌고 남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도 내가 건강해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이고 가치이다. 여러명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언제나 내가 먼저 잘 되야 한다.


9.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부터 생각하기

 언제나. 진리. 내가 손쓸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미궁속으로 빠진다. 내가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그럼에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10. 아프지 않으리. 

 누군가와의 약속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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