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내용은 즐거움이 아닌
항상 어딘가 모르게 즐거운 사람이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부럽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거든.
불안함. 언제나 나에게는 불안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순간순간 인식하진 못했지만 언제나 불안은 나와 한 몸이었다. 불안이 따라다녔던 삶. 힘들지 않냐고? 힘들기야 참으로 힘들다. 불안은 정말 강한 힘이 있거든. 마치 블랙홀 같은 힘이랄까. 한 번 빠져들면 내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고,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헤어나가지 못할 만큼 저어 멀리로 빠져들어가 있다. 정말이지 신기할 만큼.
그런 불안에서 사경을 헤매도 헤매도 도저히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신기하게도 말이야. 정말 최고조를 이루었던 지난 몇 년 동안에도 참으로 힘들었다. 최근에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우울증이 갑자기 온 것처럼, 우울증을 벗어난 것도 갑자기 왔다. 어느 날 그냥 갑자기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고, 또 금방 사그라들 줄 알았던 의지였는데 이상하게도 계속되고 있다. 또 예전처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까 봐 걱정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 순간만큼은 좋다.
쉽게 얻은 기회는 그만큼 너무 좋지가 않다. 내가 이상한 변태 같은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닌가, 인간의 본성이 그러려나. 쉽게 얻은 건 딱히 가든 말든 손에 꼭 쥐고 싶지도 않던데, 어렵게 얻은 건 너무너무 소중하고 잃을까 봐 겁나기도 하고, 그만큼 값지다. 신은 왜 인간에게 이런 본성을 준 걸까? 그의 생각이 추측이 된다면 누구든 말해주면 좋겠다. 이해될만한 이유를 듣고 싶다.
그래서 아무튼간에, 나도 그런 인간이라, 참 진짜 너무 웃긴 건 갖게 된 거, 가지고 있는 거에는 크게 집중하지 않는 반면, 안되는 거, 가지지 못하는 거에는 그렇게 갖고 싶다. 잘생긴 남자, 유튜브 조회수, 사람들의 관심, 적당한 수입. 참으로 가지지 못한 거에는 그렇게도 갖고 싶고 머릿속을 떠나지 못한다. 그게 나의 불안의 원천일까? 행복한 사람들은 그런 거에 딱히 관심도 없을까?
근데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 것을. 가지지 못한 걸 가지려고 부단히도 애쓰는 게 나다. 어떤 믿음은 이렇게 말하리.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 하지 마라. 그럼 더 불행해질 것이다.'
분명 어디 논어 같은 동양철학서에 나왔을 말이다. 근데 이십여 년(한국나이 서른이지만, 그리고 좀 있으면 배스킨라빈스지만)을 나로 살아보고 점점 깨닫는 건, 이 녀석은 그런 말 오지리도 안 듣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나보고 고집불통에다가 청개구리라고 했는데, 그걸 들으면서 자라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는 진짜 고집불통이다. 내가 나를 바꿔보려고 수년간 노력했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마. 근데 그게 꺾이려는 것을 꺾이지 않는 마음인. 이건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러면서도 꺾으려는 자아와 꺾이지 않으려는 자아의 부딪힘은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처럼 빈번하게 있다. 그치만 이제야 나도 날 알 것 같다.